한국일보

차압주택 사냥 “올 캐시들고 뛴다”

2009-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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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는 데 올 캐시로? 덩치가 큰 집은 당연히 모기지를 융자 받아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올 캐시로 사는 사람도 있다. 아니 요즘은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전액 현찰 거래가 대부분일 정도로 흔하다. 한두 푼 하는 과자도 아니고 수십만달러짜리 주택을 전부 현찰로 사는 것이 보통이라니 미국 아닌 딴 세상 이야기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요즘 주택가격이 폭락한 지역에서는 올 캐시 딜이 예사다. 주택 위기 이후 차압 주택이 즐비한 지역에서는 헐값 물건을 건지기 위해 돌아다니는 헌터들은 대부분 캐시를 쥐고 다닌다. 모기지 융자는 받을 생각조차 없다.


주택가격 폭락으로 차압 봇물 이룬 지역
모기지 융자 없이 전액 현찰 매입 급증
플로리다 일부 지역 현금 거래가 다수
융자 탈 날 염려 없고, 더 깎을 수 있어 선호



새크라멘토 소재 부동산 정보 회사인 레이먼드 제임스 어소시에이츠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올 캐시 주택 판매는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주택가격 폭락으로 차압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올 캐시 딜이 아주 흔해졌다.

피닉스에서는 지난 달 현금 매입 주택이 전체의 3분의1에 달했고 새크라멘토는 올 캐시 판매가 전체의 24%에 이르렀다. 새크라멘토의 경우 2008년 같은 달 전체의 8%, 2007년 동월에는 전체의 3%만이 올 캐시 매입이었던데 비하면 엄청나게 는 셈이다. 주택 매입 방식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캐시 딜이 크게 늘어난 이들 두 도시 모두 지난 한 해동안만 집값이 3분의1이나 폭락할 정도로 주택 위기가 심각한 곳이다. 지난 한해 집값이 각각 26%, 29% 폭락한 LA 일원과 마이애미도 올 캐시 딜이 크게 늘었다.
올 캐시 딜은 플로리다에 유독 많다. 마이애미의 경우 지난 달 캐시 오퍼가 전체 판매의 30%를 차지했는데 이 보다 더 심한 곳도 많다. 걸프 코스트 동네인 푼타 고다와 잉글우드에서는 마이애미보다 두배나 많아 현금 거래가 전체 판매의 각각 65%, 60%를 차지했다.

캐시 딜이 급증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차압주택을 소유한 은행이 융자보다 현금 딜을 선호하고 현금 오퍼를 할 경우 더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모기지 융자가 아예 나오지 않거나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이다. 바이어나 셀러나 융자를 끼우지 않고 거래하기를 선호한다.

주택 경제 학자 토머스 로러는 차압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가격이 워낙 떨어져 융자없이 올 캐시로도 바겐 주택을 사려드는 바이어들이 몰리고 있다며 주택가격 폭락 사태로 캐시 파이낸싱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의 경우에는 모기지 론을 얻지 않고 저축을 털어 집을 사려는 은퇴 노인이나 외국인 바이어들이 많아 현금 매입이 많다. 하지만 캐시 딜을 하는 다른 유형의 바이어들도 많다. 폭락한 차압 주택을 헐값에 건지려는 바겐 헌터 투자자들이나 이 참에 저렴하게 베케이션 홈을 마련하려는 부유한 가정들도 상당수는 캐시 오퍼를 낸다.

피닉스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피닉스 지역에는 각처에서 몰려든 캐시 투자자들이 쫙 깔렸다”고 전하며 “이들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봤자 돈벌이를 시켜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이 곳에 몰려든 것 같다. 이들은 피닉스의 집값이 극도로 떨어져 바닥이며 이 곳 부동산이 돈을 묻어두면 안전한 투자가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캐시 오퍼를 하면 더 할인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캐시 딜은 늘고 있다. 차압 주택이 넘쳐 나는 곳에서는 렌더들이 과잉공급이라 웬만해서는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파격적으로 팔려고 한다.


피닉스 지역의 한 에이전트는 은퇴 세컨드 홈을 찾는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바이어에게 피닉스 인근의 한 주택을 팔았는데 21만 달러 리스팅된 것을 19만달러에 오퍼를 넣었는데 은행은 카운터 오퍼도 안하고 군말 없이 수락했다고 전했다.

캐시 오퍼인 경우 은행은 한참 낮은 가격인데도 좋아한다. 피닉스의 이 에이전트는 은행은 한 차압 주택에 대해 첫 주택 구입자가 낸 FHA론을 낀 17만9,000달러의 오퍼를 제치고 13만3,000달러 캐시 딜을 낸 투자자에게 팔았다고 말했다. 융자로 인해 거래가 무산되는 것을 은행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차압 주택을 소유한 요즘 은행들은 현금 자금이 충분한 것을 입증해 보이면 훨씬 낮은 가격의 캐시 오퍼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사우스플로리다 지역의 콘도 시장에서는 올 캐시 바이어만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융자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론을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 지역의 한 부동산 브로커는 전했다.
이 곳 주택가격 폭락에 콘도 탓이 컸기에 콘도에 대한 융자는 한없이 엄해졌는데 크레딧에 흠이 전혀 없더라도 50% 다운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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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폭락지역에서는 모기지 융자 없이 전액 현찰로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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