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대인 커뮤니티가 힘들다

2009-03-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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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KAPAC 회장·낫소카운티 정보기술국 부국장)

지난 1일 뉴욕의 유대인 대표 단체 JCRC 주최, UJA 후원의 ‘제30회 Congressional Breakfast’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이었음에도 12명의 연방하원의원과 새로 임명된 Kirsten Gillibrand 상원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중에서 게리 애커만의원은 평소같지 않게 높은 음성과 결연한 표정으로 연설을 하였다.그는 이 자리에서 그가 알고있는 군사정보를 통해 ‘이란은 핵과 유도탄개발에 관한 한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의 안전에 대해 염려하며 ‘유대인의 피는 값싸지 않으며, 유대인이 쉽게 당하고만 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등의 비장한 요지의 연설을 하였다.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연설이었지만 이란의 핵무장을 어쩔 수 없이 보고만 있어야하는 고뇌를 손쉽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버나드 매이도프의 폰지 사기 사건으로 유대인 커뮤니티가 운영하던 자선기금의 대부분이 사라졌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재정적인 기반을 잃었다고 개탄을 하였다. 사실 매이도프 사기 사건에서 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도 문제지만, 그동안 유대인들이 정계와 재계 및 사회의 전반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해왔던 자금력의 원천을 상당부분 날려버린 것이 더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간의 응집력의 근본인 신뢰가 깨졌다는 데서 그들은 더욱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외에 매이도프 사건 말고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크고 작은 비슷한 종류의 사기 사건이 유대인 커뮤니티 안에 얼마나 많을지는 알 수가 없다. JCRC의 CEO인 Mike Miller가 2008년에 예측하기를 유대인 커뮤니티의 전체 재정이 최소한 15%는 줄어들 것이라며 그간에 유지해 오던 각종 프로그램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하였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예측보다도 재정이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AIPAC도 2명의 간부가 ‘미국의 국가 기밀을 이스라엘 외교관에게
누출한 사건’으로 FBI에 의해서 기소되어 시끄럽다.

AIPAC이 자금력과 정보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정가에서 형성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나아가서 반 유대인적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앞으로 이들이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유대인들은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종교적 배경 등을 문제 삼아 은근한 방해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대인들의 도움 없이도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비록 유대계 인사들을 참모로 기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유대계의 영향력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소신대로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입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경제불황으로 인한 유대인 커뮤니티의 경제적 기반 약화와 아울러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반 유대정서가 크게 나타나는 것도 문제이다. 당장 중국의 쑹홍빙이 쓴 ‘화폐전쟁’은 중국 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세계 도처에서 반 유대 혐오 감정 표출과 유대인회당, 유대인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유대계가 움직이던 신문과 방송매체들도 인터넷의 발달로 그 영향력이 많이 감소하였으며, 광고 수입까지 줄어들어 당장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지금 유대인들은 그들이 그간 이룩한 지나친 성공의 역풍을 받고 있는 것이며, 그들이 이러한 역풍을 헤치고 종전과 같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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