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국형 「풀브라이트」에 거는 기대

2009-03-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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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고문)

한국의 과학기술부가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하여 한국형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인 글로벌 코리아 스칼라십을 실시한다고 한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본딴 이 계획은 외국의 학생, 교수, 연구원, 공직자 등에게 장학금을 제공하여 한국에 초청, 친한인재를 육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금년 상반기 중에 세부 시행계획이 마련되면 내년부터 실시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유명한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의 제안으로 실시된 미국의 국비장학제도이다. 그는 1959년부터 1973년까지 냉전기에 상원외교위원장으로서 미국외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인물인데 1945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바로 다음 해인 1946년 이 풀브라이트 법안을 발의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업성적과 연구실적, 지도력이 있는 학생, 교수, 연구원들에게 장학금과 연구비 등을 주어 면학과 연구 및 교수의 기회를 제공했는데 지난 60년간 수혜자의 수가 30만에 달하며 이 가운데 외국인 수혜자는 18만3,000명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국무부에 편성된 예산으로 진행되는데 2008년도 예산이 2억1,540만달러이며 현재 155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계획은 세계에서 미국의 국가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유용한 방책이었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보면 미국의 웰페어 혜택을 받아서 생활을 영위하면서 반미활동를 하는 사람들이나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들이 반정부 활동을 하는 일부 사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국가나 사회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게되면 그 국가나 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그 관계를 서로 강화해 가기 마련이다. 해방후 남북 분단상황에서 남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승만이 집권할 수 있었고 북에는 소련을 배경으로 한 김일성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혜택을 받은 사람이 친미적 성향을 갖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와같은 프로그램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겠지만 어느정도 재정적 여유가 생긴 현단계에서는 한국형 풀브라이트 계획을 실시 할 필요가 충분히 있
다. 한국이 외국을 위하여 원조를 한다면 아무런 목적도 없이 도와주는 것보다 외국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있는 방향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자면 친한인재를 육성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는 무엇일까.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서 국가 신인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물론 수출증대와 경제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민족의 분단상황을 해소하여 통일을 달성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주변 강대국에 친한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한국과 관련있는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거나 또는 이 과정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고 영향을 주는 정·관계와 학계, 언론계에 친한인맥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 한가지 이 프로그램에 관하여 고려할 사항은 해외동포와 그 후예들에대한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이 조국과 유대관계를 확고하게 갖는다면 어떤 외국인보다도 더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역사상에서 그런 한 예를 든다면 고려시대에 원나라의 황후가 되었던 기황후의 케이스를 들 수 있다. 그는 어릴때 고려에서 공녀로 차출되어 원나라로 갔는데 궁중의 시녀로 일하다가 황제의 눈에 들어 황후가 되어 막강한 정치권력을 휘둘렀다. 후에 명나라를 따랐던 조선시대의 사가들은 기황후에 관해 부정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이와달리 기황후에대한 긍적적인 평가가 새로이 나오고 있다.

즉 그가 황후가 된 후 원나라에서는 고려를 하나의 성으로 편입하여 직접 통치하려던 논의가 사라졌고 고려에대한 공물과 공녀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것이 기황후의 영향력때문이었다는 견해도 있으니 해외 동포의 후예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형 풀브라이트 계획이 우리의 주변강대국과 해외동포를 염두에 두고 실시될 경우 과학기술부의 소관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의 풀브라이트 계획이 국무부 소관인 것처럼 한국에서도 외교통상부 또는 유관부처의 협력기관이 국가적 차원에서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무튼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한국의 국익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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