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민하여 애도합니다”

2009-03-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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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정 (은퇴목사)

지난번 동반자살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께 늦었지만 조의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 길을 선택하였을까?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 생각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으면 삭이지 못하였는지? 고민하고 상심하며 또 번민하였으면 그런 모진 대로 뜻을 모았는지
연민하나 상상하기 어렵다.

옛말에 ‘산 사람 목구멍에 거미줄 치랴’하였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하였다. ‘인지위덕(忍之爲德. 참는 것이 덕이 됨)이라 했거늘 좀 더 참고 좀 더 찾아보고 좀 더 기다리기만 하였어도 이런 화는 피해갈 수 있었을 수도 있었건만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다.
어쨌든 행복의 문 앞에 서서 결혼주례자와 더불어 ‘평생토록 괴로우나 즐거우나 가난하거나 부하거나 병들거나 건강하거나 어떤 환경 중에서도 그대를 귀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죽음이 우리를 나눌때까지 오늘의 이 약속을 지키기로 하나님 앞과 여러 증인들 앞에서 굳게 다짐한다’며 애정반지를 나누었다. 또 맹세를 하면서 ‘죽음이 우리를 나눌 때까지’를 종점 삼아 허니문도 다녀오고 깨가 쏟아지는 신접살림을 시작한 때도 있으련만 사별 아닌 동반을 자초하였으니 참으로 애석하고 애처로울 따름이다.


옛날 ‘고려장’이란 반인륜적인 패륜의 악풍 속에서도 부부가 죽음을 동반했다는 이런 악연은 들어보지 못하였거늘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참담할 뿐이다.흔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만 한인이민부부에게는 2월(2009년)이야 말로 잔인한 달이었다. 한 부부는 그 어려운 유학의 관문을 통과한 엘리트에 경제력과 리더십을 갖추었고, 한 부부는 전형적 이민의 꿈을 갖고 정착한 분들 같다.

전자는 성격차를 탓하였고, 후자는 부부애(마음씨 곱고 금술은 좋은)는 갖췄으나 경제 문제가 괴로웠던 것 같다.두 가정들은 바로 이민가정의 현주소를 대변하는듯 하다. 미국의 꿈과 이민의 이상, 돈, 성공, 낙원을 찾다보니 초대하지 않은 권태, 후회, 실망, 절망, 좌절, 반항이 빈 마음을 채원준 듯 하다. 비즈니스 불황에 설상가상으로 주택의 퇴거소송과 차의 차압은 가장의 자존심과 체면을 사정없니 짓밟아버려 분하고 억울한 한을 보탠 듯 싶다.

부부의 성격차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하지 않는가, 타고난 생리가 달라 심리를 ‘핸들’하니 능동적인 남성도 있고 수동적인 여성도 있는가 하면, 느린 사람도 있고, 날카로운 사람이 있으면 둔한 사람도 있고, 둥근사람이 있으면 모난 사람도 있어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 하지 않는가. 성격차보다 더 힘든 언어 장벽에서 육감이나 눈치로 사는 이중문화(국제)부부도 있고, 유무식의 학력도 극복하고 초월하며 사는 부부도 있다. 존경과 감동의 눈으로 저들을 보면 성격차도 절로 생각의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동반의 운명도 천생연분이었다면 부디 원한 풀고 원앙처럼 낙원에서 영생하기를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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