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썰렁한 갤러리

2009-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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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취재 2부 기자)

경기침체로 저마다 먹고 살기 바빠지면서 예술 무대를 감상할만한 삶의 여유가 사라지긴 한 모양이다.해마다 고정적으로 열리는 각종 박람회나 갤러리를 가보면 금방 표시난다.최근 세 군대의 예술계를 둘러봤다. 지난 주말 맨하탄 웨스트엔드의 12애비뉴와 57가에 자리한 피어94에서 열린 ‘더 피어 앤틱 쇼’에 한인 앤틱 전문점이 참가했다기에 방문했다.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열리는 ‘더 피어 앤틱 쇼’는 전 세계 500여명의 골동품 딜러와 전문가들이 모여 보석, 가구, 그릇, 도자기, 의류 등 다양한 앤틱 제품을 선보이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단돈 몇 달러부터 수십억,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골동품이 즐비한 이 쇼는 그야말로 골동품 매니아들을 위한 것이다. 골동품 전문 비즈니스를 제외하고 골동품을 모으는 사람들이라 하면 대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층은 아닐 것이다.


봄을 맞아 화려하게 개장된 ‘더 피어 앤틱 쇼’가 기대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쇼에 참가한 한 한인 벤더는 “경기 영향으로 예년보다 참석자들도 적고 매출도 부진하네요”라며 “다행히 수억 달러짜리 작품을 하나 팔았으니 문 닫고 가도 될 것 같아요”라며 아쉽지만 다행이란 한숨을 내쉬었다.

14일에 개막한 ‘2009 뉴욕 아시안 퍼시픽 아트페어’도 썰렁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뉴욕 아시안 퍼시픽 아트페어는 뉴욕시 아시안 예술 행사 중 최대 규모로 평가받아 온 행사다. 아트페어를 구경 온 이들보다 아트페어에 참가한 갤러리 및 주최측 관계자들이 더 많아 보였다. 화씨 55도가 넘은 화창한 토요일 오후 외출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경기 침체로 예술계가 고전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부유층들의 기부금 감소와 예술품 구입 저조가 주원인일 테지만, 평소 좋아하던 예술품을 감상할 만한 우리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이 더 큰 원인이라 여겨진다.

따스한 봄이다.눈 깜빡하고 나면 바로 여름인 뉴욕의 봄은 계절의 정취를 느끼고자 애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경기가 어렵다고 마음까지 꽁꽁 얼리지 말고, 봄이 주는 기력과 생동감을 최대한 만끽하는 여유가 뉴요커들에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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