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꼭지, 젖꼭지와 경기부양책

2009-03-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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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센트럴 커네티컷 주립대 경제학교수 )

어느 시골에 시어머니와 남편이 군에 복무중인 며느리와 둘이 살고 있었다. 집을 지켜야 되기에 주일이면 한 사람씩 교대로 교회에 갔었다. 어느날 시어머니가 교회에 다녀왔다. 궁금하던 며느리가 “오늘 설교는 무슨 말씀이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몰라, 서울에서 젊은 목사님이 와서 설교했는데 노상 ‘소꼭지, 젖꼭지’를 되풀이해서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라는 답이었다. 분명 “소극적, 적극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텐데 시골에서는 별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설교임에 틀림없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침체가 지금은 온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 1월 20일에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입후보 당시의 공약을 최대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여당과 야당이 협력하여 위기를 타개해야 되는 실정인데 어쩐지 미국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은 ‘적극적’인데 비해 야당인 공화당은 ‘소극적’인 견지를 보여주는 인상이다. 하원에서는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이 경기부양책에 찬성투표를 하지 않았다. 상원에서는 겨우 세 사람밖에 없었다. 그래도 법안은 797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통과되었다.
대선이 있었던 2008년에는 미국인 모두가 정치가였는데, 금년에는 모두가 경제인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언론의 자유와 함께 ‘다수결’이라는 엄연한 원칙이 있다. 지난 8년간 부시대통령 시절에는 미국의회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했기에 예산을 비롯한 법안이 백악관의 의도를 따랐다. 결과적으로 은행과 월가를 비롯한 금융업, 건설업, 자동차 업계등 파탄이 연속되고 있다.


참고로 공화당은 여당이었을 때 두 전쟁을 위한 정부지출은 기꺼이 투표하였는데 경기부양책에는 반대하였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책이건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방안을 창출하기는 극히 힘들다. 다수결을 따르지만 야당의 의견을 참고로 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분질이다.
하지만 라디오 토크쇼의 보수파 으뜸인 ‘러쉬 림바우’는 너무나 ‘소꼭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 실패하기를 원한다”라는 의견까지 언급하였다. 다행히 공화당의 ‘깅 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런 반대의견은 불합리적이라고 논평하였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곧 미국의 실패요, 나아가서 전 세계가 어려움을 당한다고 하였다.

집에 불이 났으면 모든 방도를 동원하여 우선 불을 끄는 것이 ‘젖꼭지’적인 대응이다. 왈가왈부하는 동안 실업자와 파산되는 은행과 기업들이 날마다 증가하고 있는 이때,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 2월24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에 “공화당은 이 나라를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데도 이념적인 다툼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고 평하였다. 뉴욕타임스/CBS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3%가 공화당 소속 의회의원들은 ‘정치적인 원인’으로 부양책을 반대했다는 견해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한 경기부양책을 두고 일부에서는 그를 ‘사회주의자’라고 지적한다. 상기 고용법에 의거한 ‘경제 살리기’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물론 경기부양책이 완벽하지는 않다. 공화, 민주 양당이 상호 보완, 견제하여 경기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동시에 잃어버린 10년을 통한 일본의 실적을 교훈삼아 심각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인 하부구조의 건설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일본수상의 연고지에 거액을 들인 큰 다리와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결과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낭비한 결과밖에 안되었다. 경제문제가 정치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경제문제
가 정치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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