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어플레이 정신

2009-03-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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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역사적인 44대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미국인들이 과거 지키고 있는 용기, 정직, 애국심 등의 가치관을 열거하면서 그 중에 ‘페어플레이(fair play)’란 단어가 가치관의 하나로 오롯이 자리잡고 있음은 우리 이민사회가 눈여겨보지 않을수 없다. 페어플레이의 사전적인 의미는 운동경기에서 반칙없이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른다는 뜻으로 되어 있다. 일상적으로 이 페어플레이란 말은 운동경기에서 쓰고 한바탕 깨끗이 실력을 겨뤄보자는 게임식 승부에나 쓰는 말로 인식되어 있다.

각자 닦은 기량을 경기장에서 마음껏 발휘하여 상대방의 기량과 겨누지만 쌍방은 룰을 지키면서 공명정대하게 승부를 겨누게 된다. 자유자재로 운동장이나 링을 누비지만 정해진 룰을 지켜야지 이 룰을 어기면 반칙이 되어 벌점을 받거나 심판으로부터 퇴장을 당한다. 이 말은 영국식 영어에서 온 것이 아니라 미국식 영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분히 미국적 정서와 정신이 깃든 말임에 틀림없다.

미국인이 초기에 모험과 프론티어정신으로 신천지를 개척해나가는 동안 그 상황에서 생긴 상식과 불문율을 지키면서 공정하고 의롭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삶의 방식과 의식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전설적인 명우 ‘케리 쿠퍼’가 주연하는 ‘하이눈’이라는 서부영화를 우리는 기억한다. 이 영화에서 모래바람만 음산하게 불고 뜨거운 태양빛만 내리쬐는 텅빈 거리에 약속한 정오 어김없이 두 사나이가 깨끗한 한판 승부 즉 페어플레이를 하기위해 나타나는 장면은 가히 비장하기까지 하는 장면으로 많은 팬들의 감동속에 살아 있다.


미 주류사회에 적응하여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업그레이드된 이민사회를 이루어가려면 이 페어플레이 정신이 몸에 스스럼없이 익혀져 일상생활에서 페어플레이 할줄 아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반칙을 하면서 경쟁하여 자멸하는 경우나 공정해야할 선거에서 상대방을 음해하고 모략하여 부정한 득표를 기도하는 일이나, 너무 이해득실에만 집착해 선의의 사람들을 배신하거나 불공평한 처우를 해 마음에 상처나게 하는 일이 생기는 것들은 모두 이 페어플레이 정신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미국인의 이 페어플레이하는 의식과 생각의 구조를 받아들이고 익힐 것은 익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한계를 벗어나도록 힘써야 되지 않을까.미국 사회는 페어플레이 할 줄 모르는 졸자를 배척하거나 아예 상대를 하지않는 냉정한 심성도 있다. 연전에 미국생활 체험을 엮은 수기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수기를 쓴 사람은 20대 후반의 젊은남자로 미국 노부부의 양자로 입양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그는 노부부와 7,8년 한 지붕밑에 방을 따로 써가면서 도란도란 별 굴곡없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노부부가 입양을 취소한다고 통보해 왔더란다. 곧 입양수속도 끝나고 노부부가 죽으면 집도 자기 명의로 될 것으로 생각되니 자연 그간 지불하던 방세를 미루게 되어 이전처럼 지불이 철저하지 못하고 소홀해졌다고 한다. 그는 지금 낼 것은 내고 나중 받을 것은 받을 미국인 노부부의 상식적인 룰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말하자면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공정하고 공평하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 룰을 깨는 행위는 불공정하고 잘못된 행위이니 페어플레이의 가치관이 확립돼 있는 미국시민사회에서는 용납이 안된다.이제 우리는 미국대통령이 가치관의 서열에 내세우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음미하면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다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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