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국회와 닮은 것들

2009-03-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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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사당의 형태는 꼭 레슬링 판을 닮은 것 같다. 그곳에선 세계인들의 눈에 흥미 있는 구경거리를 종종 외신으로 보내준다.

레슬링 선수들은 관중들을 흥분시킬 여러 가지 소도구를 갖고 온갖 반칙을 하며 관객들을 안타까운 경지로 몰고 가지만 한국 국회에서는 전기톱이 등장하고 문짝 부수어 내동댕이치며 멱살 잡고 싸우는 실연(實演)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까지 안타깝게 한다.레슬링경기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링 위에서 포효하며 돌격하는 장면은 한국국회의원들이 멱살 잡고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막판 싸움과 흡사하다. 그리고 직업인들답게 레슬링선수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연봉을 받지만 그 나라의 국회의원들은 승부가 없어도 매달 세비를 챙긴다.

레슬링 게임을 처음 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생사를 가름하는 처절한 싸움판처럼 보이지만 시합이 끝나면 그들은 한 동료 직업인으로 웃으며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생결단을 할 것 같은 국회의 결투도 안건상정이 우여 곡절을 거치며 끝나면 그들은 국가행사에서 언제 우리가 싸웠냐며 서로 악수하며 국민에게 그들의 화합을 과시한다. 회기가 끝나고 국가예산으로 해외순방 길에 오를 때면 그들이 그토록 더 다정하게 보일 수가 없다.
60년대 한국계 일본 프로선수 역도산(본명 김신락)이 일본인들과 덩치 큰 서양선수들을 제압하는 레슬링시합은 가난에 찌든 한국인들에게 통쾌한 복수극으로 희망을 주었고, 최후의 승리를 박치기 한방으로 끝낸 역도산의 문하생 김일 선수의 활약은 인기 절정의 가슴 후련한 프로였다.


올림픽에서 아마추어의 레슬링시합은 규정된 룰 안에서 힘겨루기 싸움이지만, 프로레슬링 게임은 관객을 즐겁게 하기위한 쇼임에 틀림없다.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는 영화가 생각나는데 이렇게나마 쇼 같은 의정활동을 하여 국민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하여주었다고 치부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바친 그들의 세비가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윤봉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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