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럼프 이기기

2009-03-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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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뀌는 경제 수치에 민감해지는 요즈음 연달아 들리는 승전 쾌보에 다들 속 시원해졌다.

LPGA에서 6타를 뒤진 신지애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골라내 슬럼프라는 기우를 접고 환상의 역전승을 거뒀다.


또한 넉넉하지 못한 현실을 이겨내며 오직 ‘넌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한 최경주 선수의 말 한마디에 온 힘을 쏟고 정진한 양용은의 PGA 우승이 눈물겹다.

그리고 다음 날 WBC 1라운드에서 다시 맞붙은 일본과의 A조 1~2위 결정전에서는 ‘일본에게 만은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건 승부로 이틀 전 콜드게임으로 어이없게 진 악몽을 딛고 감격의 우승을 거머줬다.

지난 7일 대 일본전을 보느라 밤잠 설치며 기대했다가 14:2라는 점수로 어이없게 무너져 기세가 약해진 건 아닐까라는 걱정을 예상외로 말끔히 씻게 한 것이다. 연이어 날아 온 승전보가 움츠린 어깨를 쭉 펴게 한다.

매일 피부로 느껴지는 불경기 체감 온도가 잠시 멈춘 기분마저 든다.

철저하게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인 골프와 단단하게 조화된 팀웍만이 승리할 수 있는 야구게임을 보면서 녹녹치 않은 이민생활이 겹쳐져 왔다.

가던 길 되돌아 올 수 없는 삶이기에 좀 더 잘 살아보겠다며 미국 와서 열심히만 살다가 문득 돌아보면 정말 잘 살고 있는 건지 되물어 보고 싶을 때도 있다. 야구의 9회말, 골프의 마지막 홀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최상의 삶을 위해 개인과 가족이란 울타리가 서로를 건강하게 잘 지켜줘야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가다가 포기할 수도 없기에 차라리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좋은 자리, 편안한 노후가 보장된 조국을 멀리하고 온 만큼 누구보다 더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때론 우리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
자녀들 적성보다는 부모 욕심으로 경쟁률 높은 학교를 보냈다가 적응 못해 도중에 탈락되오히려 어긋난 청소년기를 보내거나 경제안정만을 쫓다가 가정불화가 심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보이지 않는 내일, 미래이기에 더욱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좀 더 안정을 가져보겠다고 여기저기 투자한 부동산과 주식에 희비가 교차하면서 단지 모여진재물만으로 성공과 불행을 논하는 단편 인생이 이제 달라져야 한다.

승승장구 은행주를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질 때 그 행렬에 끼지 못해 안스러웠거나 자고나면 쑥쑥 뛰는 집 값 때문에 무주택의 허접함에 잠시 무능하다고 퇴박 받던 가장들이 요즈음은 무소유의 자유를 맘껏 누린다.

종이 조각이 되버린 주식을 끼고 있지 않아서 편하고 차압이다 숏세일이다 해서 다운페이먼트 날리고 크레딧 나빠질 일이 없어 다행이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부동산 시장에 잃은 게 고작 돈이라면 얻은 것은 더 큰 경험과 얇아진 욕심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골프의 긴 홀을 다 돌 때까지 역전할 수 있듯 또 다시 기회를 얻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자아와 든든한 가족의 힘만이 이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다.
평화로운 땅을 찾아 기꺼이 둥지 틀고 살면서 막상 또 다른 욕심으로 인해 자신을 옭아매는 불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좀 더 행복해 지기 위해 선택한 미국 살기가 신바람 나려면 그나마 어렵지만 소박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년 내내 쾌청한 날씨와 서울을 그대로 옮겨 놓아 애틋한 고국 향수를 못 느끼게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긴 여정을 함께 갈 수 있음이 행복하다.

작은 행복을 곁에 두기 위해서라도 그 힘든 욕심 줄이기를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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