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기지 보험 가입 어려워 집 못 사겠네

2009-03-12 (목)
크게 작게
주택 매입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
다운 20% 안될 경우 융자도 어려운데
모기지보험사, 신규가입제한 보험료 인상
적은 다운으로 집 사기 더 어려워져



최근 모기지 보험사들이 손실이 증가하면서 개인 모기지 보험 신규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올리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모기지 융자, 나아가 주택 매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개인 모기지 보험(PMI private mortgage insurance)은 주택 매입시 다운을 20% 이하로 할 경우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으로 모기지 론을 제공하는 렌더가 차용인이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입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바이어 입장에서 보면 다운만 충분히 한다면 내지 않아도 될 과외의 지출. 하지만 다운이 적을 경우에는 모기지 론을 받기 위해서는 꼭 가입해야하는 필요악이다. 그런 PMI를 최근 모기지 보험사들이 신규가입을 까다롭게 제한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운이 적은 바이어들은 집을 사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쓸데없는 것이 결정적인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PMI를 판매하는 모기지 보험사로서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주택 시장 위기로 악성 모기지가 급증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어 위험한 고객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영업상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다수 모기지 보험사들은 신규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다.

최근 6개 메이저 보험사중 5개 사가 보험 가입 규정을 변경했는데 그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월넛 크리크 소재 PMI그룹은 브로커를 통한 모기지에 대해 더 이상 보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으며 콘도에 대해서도 PMI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밀워키 소재 모기지 게런티 보험사(MGIC)는 현금 인출 모기지 재융자(cash out refinance)와 세컨드 홈 또는 제조 주택에 대한 모기지 보험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 보험사는 또 브로커를 통한 모기지도 최소 10% 다운, 크레딧 점수가 최소 720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신규 가험을 상당히 규제했다.

PMI 그룹 대변인은 자사의 규정 변경은 업계 전반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며 보험사 마다 각각 세부 내용에서는 상이하지만 상당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맨해턴 소재 브로커리지인 파크애비뉴 모기지 그룹의 엘른 비턴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대부분의 렌더는 융자를 내줄 때 PMI를 신경쓰지도 않았으나 지금은 다운을 적게 하거나 에퀴티가 20%도 안 되는 주택에 대한 재융자를 신청할 경우 대부분의 렌더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90% 모기지 융자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운이 적은 바이어들은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최근 렌더가 다운이 적으면 융자를 퇴짜 놓기 일쑤인데 보험사마저 홀대를 하니 다운 적은 바이어는 이래저래 서럽게 됐다.


다운이 적은 바이어들이 집을 마련할 길은 물론 없지 않다. 다운이 적은 경우에는 정부가 모기지 론에 보험을 들고 있는 연방주택국(FHA) 론이나 재향군인국(VA)론을 받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 론도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소득 규제나 융자한도액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시와 북 뉴저지 지역의 경우 정부 론의 최대 융자액이 625,500달러이고 커넥티컷주 페어필드 카운티의 경우 511,750달러인데 2007년의 경우 최대 융자액 363,000달러에 비하면 크게 늘었지만 이 지역에서 집을 사기에는 여전히 충분치 않은 융자액이다.

물론 다운이나 에퀴티가 20%가 미치지 못하더라도 융자를 받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크레딧이 탁월하고 충분한 소득이 있을 뿐 아니라 지역도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안정돼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어려운 시기에 이런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바이어나 재융자 신청인은 그리 많지 않다. 론이 꼭 필요한 사람은 론 받을 자격이 안 되고, 론 자격이 되는 사람은 론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안정되지 못하고 하락을 계속하고 있고 모기지 연체도 늘어가니 PMI 보험료도 올라가고 있다. 보험사로서는 손실이 증가하는데 보험료를 올릴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최근 젠워스 파이낸셜은 PMI 보험료를 20% 인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주정부 승인이 나면 20만 달러 모기지를 갖고 있는 주택 소유주는 PMI가 매달 17달러 늘어난 103달러를 내게 된다. 보험료 인상은 신규 가입에 한해 적용한다.

대부분의 모기지 보험사들이 신규 가입을 제한하고 보험료를 인상시킴에 따라 다운이 많지 않은 바이어가 내집 마련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케빈 손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