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웰빙(well being), 웰 다잉(Well Dying)

2009-03-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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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삶의 개념이 웰빙(well being)에서 웰 다잉(well dying)으로 변해간다고 한다. 이것은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등지면서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 큰 변화를 보이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의 생각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요란하게 사회분위기를 주도해온 웰빙에 대한 사고에 점차 회의를 느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의식에서 점차 삶에 대한 가치에 대해 사고가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국인, 아니 요즈음 사람들은 지나치리만큼 웰빙에다 초점을 두고 삶을 영위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고 하는 가에 온통 삶의 가치를 두고 살았던 게 사실이다. 이것은 지난 10여 년간 먹고살기가 풍요롭다 못해 넘칠 정도로 생활에 여유가 있다 보니 대두된 사회적 소산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점점 개인적인 생활을 중심으로 매우 이기적인 삶을 영위해 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삶은 가정은 말할 것도 없이 이웃이나 친구, 친지와도 될수록 유리된 생활들로 일관돼 왔다. 그러나 요즘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돈 보다는 인간의 사랑과 삶의 가치에 대한 쪽으로 시각이 바뀌면서 어떻게 살다가 죽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를 새롭게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옛날 가족간에, 혹은 친구, 이웃간에 서로 정과 사랑을 나누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 시대에 하던 생활들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을 해보고, 아무리 귀한 것을 다 가져본다 하여도 어떤 진정한 삶의 행복이나 기쁨은 별로 느끼지 못하다 보니 생겨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가오는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한다. 자식도 성공시키기 위해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돈,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며 희생하는가.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장래를 위해서 모든 것을 헌신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해서 실제 바라던 목표대로 자식이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더라도 그만큼 기대하고 모든 것을 투자한 만큼의 기대치와 행복을 못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만일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10을 투자했다 치면 성공하고 나서 얻는 기쁨이나 보람감은 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고생 끝에 막상 목표에 도달하고 나서 느끼는 행복감은 별로 크지 않다는 결론이다.


사람들은 이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보다는 살아생전 남과 더불어 살고 남을 도우며 살다 죽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 즉 돈을 어떻게 버느냐가 아닌 어떻게 쓰느냐에 대해 신경을 쓰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양인들이 일찍이 죽으면 사회에 가진 돈을 헌납하거나 돈을 벌면 희사하는 이유도 돈을 어떻게 써야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이 되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자들이 돈을 벌면 건물을 짓고 병원 등을 지어 사회에 희사하고 죽던 로마시대의 영향을 받아 사회에 헌납하는 것을 삶의 관행이요, 하나의 패턴으로 하면서 죽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돈은 내가 벌었으되, 한 곳에 모아두면 내 돈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거나 내놓았을 때 바로 그 액수가 내 돈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보도에 치과의사가 된 한 한국인이 자신은 부모들이 바라던 대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됐지만 실제로 되고 보니 크게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세상의 잣대와 부모의 바람대로 의사가 되긴 했지만 마음속에는 그가 바라던 목회자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내일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 미래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서 주머니에 여유가 좀 생기면 남도 도와주며 사는 것이 진정 바람직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이 아닐까? 생전에 아무런 물욕 없이 남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다간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죽음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다 죽어야 진정으로 행복하고 값어치 있는 삶이 될 수 있을까?’ 정신없이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의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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