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 디자인 홍보인가, 망신인가?

2009-03-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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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 <취재2부 기자>

지난달 10일부터 소호에 있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디자인 스토어에서 한국 디자인 제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 ‘이 열리고 있다. 핀란드, 베를린, 도쿄 등에 이어 올해는 서울이 주인공으로 선정되었고 공예, 액세서리, 문구, 장식품 등 한국 디자이너 작품 수백점이 선보이는 것으로 소개된 화제의 행사였다.

오프닝 행사장에는 국내외 유명 하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대성황을 누리며 행사의 성공을 약속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막상 하객들로부터 눈을 돌려 전시작들을 유심히 둘러보면서 기자는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전시품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 제품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상당수 제품은 “아니, 이렇게 조악한 디자인들이 버젓이 전시될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안목이 다르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추상예술작품도 아닌,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업용 디자인 제품이라면 적어도 기자 같은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기자는 패션 업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온, 디자인 전문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지인(J씨)과 다시 모마 스토어를 찾았다. J씨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였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은 전시품 자체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모마라는 이름이 갖는 위치, 그리고 현재 한국 디자인의 수준을 나타낸다는 행사 취지와는 너무 거리가 먼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소호를 지나다가 ‘서울’이라는 단어에 끌려 매장에 들어왔다는 한국 대학생 두 명도 같은 반응이었다. “동대문에만 가도 이것보다 예쁘고 싼 거 얼마든지 있어요.” 한국 제품들은 스토어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인 입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뜻 둘러보고는 곧 매장 안쪽의 일본 디자인 코너로 향했다. 기자가 머물렀던 1시간여 동안 한국 제품은 단 한 개도 판매되지 않았으며 직원으로부터 확인한 바로도 팔리는 제품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얼마 전 행사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특파원들이 쓴 수십 개 이상의 한국 언론 기사들이 “뉴욕을 사로잡은 한국 디자인”, “한국 디자인 상품 불티나게 팔려” 등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한국을 소개하고 알리는 행사라면 가급적 긍정적으로 크게 다루고 싶다. 하지만 정말 내실 있
는 이벤트들이 열려야만 제대로 된 한국 문화의 홍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수준 이하의 뮤지컬 ‘두 번째 태양’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 생각난다. 뉴욕 한인들의 수준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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