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09-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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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고문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실물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가운데 동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 악화로 또다시 악순환을 겪고 있다. 서유럽 등 선진국에 많은 부채를 지고있는 동유럽의 은행들이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자국의 경제를 침체시킬 뿐만 아니라 대외채무를 못갚을 처지가 되자 채권국의 금융위기가 더욱 심화되면서 제2차 경제 쓰나미가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한국에서는 환율상승과 주가하락 현상이 악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대형은행의 국유화, 주식시장의 추가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한 곳에서 경제가 악화되면 다른 곳으로 파급되는 악순환과 함께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침체가 서로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회복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하다. 경제위기의 초기에만 해도 올가을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당국자들은 내년부터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도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의 역사학자 막스 갈로가 더 암울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어 충격을 준다. 그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시대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로마시대의 말기나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르네상스 시대, 또는 프랑스 혁명기와 같은 격변의 시대이며 따라서 혼돈의 시대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도 이 혼돈의 일부인데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도력도 없다고 한다.역사상에는 태평성대도 있었지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난세도 있었으므로 이 시대는 태평성대일 수도 있고 난세일 수도 있고 또 그 중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세태를
보면 난세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면에서 악화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즉 18세기 영국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자본주의는 인류의 경제생활을 사상 유레없이 풍족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빈부격차를 벌여놓아 사회불안의 요소가 되고 있다. 또 인류최고의 정치제도인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정치 리더십이 사회나 개인을 제대로 통제할 수없게 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이상적인 정치 지도자형이 아닌 사람들이 지도자로 부상하는 기이한 현상을 낳고 있다.

한편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면서 공동체 정신이 약화되었고 인간간의 도덕적 의무가 무시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이번 경제위기를 이와같은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경제위기가 과거처럼 단기간에 침체에서 벗어나서 회복되거나 또 과거처럼 단기간내에 호경기로 이어 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가 전 세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정부나 개인이나 경제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규제를 강화할 것이며 개인은 투기꾼이 아닌 이상 과거처럼 주식이나 부동산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는 우선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돈을 마구 풀고있다. 각종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 심지어는 개인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는데 평시에 이런 조치를 남발한다면 국가경제가 붕괴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로 경기침체를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그 부작용이 경제에대한 또다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 이번 경제위기의 부산물로 양극화의 심화를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제위기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특히 중산층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직업을 가진 서민들이 직장을 잃거나 소상인들이 몰락하면 빈곤층이 될 수밖에 없다. 빈곤층의 양산으로 사회불안과 국가경제의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빚게 될것이다.

더우기 경기부양과 구제금융으로 막대한 재정을 소모한 각국 정부는 재정악화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세금을 올리는 수 밖에 없는데 이 증세는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특히 오래전부터 심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의 재정이 더욱 악화되고 세금이 오를경우 미국경제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있다. 이처럼 이번 경제위기는 큰 후유증을 남기고 모든 경제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할 것인가는 이 위기가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는가에 달렸
다. 그런데 아직도 어둡고 긴 그 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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