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가 이겨야 미국이 산다

2009-03-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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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미국회복과 재 투자법’에 서명, 미국과 세계를 살리는 경기부양정책에 시동을 걸고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보수파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어 26일 합동연설에서 공포된 연방예산안에는 부자 증세, 서민 감세 등 조세정책의 주요기능인 ‘부의 재분배’를 지향하는 정책의지가 담겨있어 부유층과 공화당은 그를 ‘사회주의자’‘로빈 후드’라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787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거액을 쏟아 부어 금융경색을 풀고 고용을 늘려 미국경제를 되살린다는 그의 야심찬 계획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부터 미국을 구해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처럼 기득권 세력의 반대에 봉착하고 있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큰 정부시대가 돌아왔다. 민주당은 당신에게 그 비용을 지불토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자본주의 천국에서 사회주의가 웬 말이냐고 격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경제학자나 전문논객들이 각 매체에 기고한 의견들을 보면 미국은 지금 계급 간 전쟁에 돌입한
느낌이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며 신 케인즈 학파의 대표인물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오바마 정부에 더욱 밀어부칠 것을 주문하면서 필요하다면 은행이나 주요산업의 국유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이건, 대처 이래 30년 가까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정착된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이 최선이라는 아담 스미스 등 고전파 자유주의 사상의 새로운 버전이다.

경제란 시장에 맡겨놓으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예정조화를 이뤄 잘 굴러가기 마련이니 정부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낙관적 철학을 그 사상, 이론적 배경에 깔고 있다. 이것은 ‘작은 정부는 선이고 국유화나 국영은 나쁜 것’이라고 선전되어 정부를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강자들의 이데올로기로 굳어져 부자 감세, 친 기업, 반노조, 규제철폐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체적 모습으로 정책화된다. 그러나 인류가 겪어온 역사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불황과 호황의 경기변동, 이번에 미국과 세계를 강타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가 몰고
온 경제의 침체는 사람들, 특히 경제적 약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불황이 오면 직장에서 쫓겨난 실업자가 도처에 방황하고 예금 잔고가 바닥난 춥고 배고픈 노동자와 그 자녀들, 집을 빼앗긴 노숙자들, 그리고 이번 퀸즈 베이사이드의 김씨 부부의 사업부진을 비관한 자살비극도 사회안전망이 결여된 이 땅의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참사의 한 예라 하겠다.
1930년대 대공황도 필연적 산물로 이때 쓰라린 고통을 겪은 미국인들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민주당을 선택하였다. 공약대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대규모 투자로 고용을 늘리고 금본위 화폐제도를 철폐, 관리통화제로 개편하여 유동성을 정부가 관리함으로써 경기변동을 어느 정도 조절하였다.

서민에 대한 소득세를 줄여 그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서민들의 소비를 진작시켰다. 소셜 시큐리티 제를 창설, 사회안전망의 기반도 구축하였다.
루즈벨트는 국민지지를 배경으로 부유층의 집요한 반대를 돌파하여 7년 만에 공황탈출에 성공, 공산주의 혁명에서 미국의 체제를 지켜냈다.
그리고 세계는 자본주의를 수정하고 복지를 지향하며 번영을 누렸다. 1970년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다시 득세한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세계경제를 마비시켜 놓고 있다. 지금 태동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가 개혁을 관철하여 미국을 구해낼 수 있을까? 강력한 국민지지와 그의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다.

이광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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