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그래! 우린 할 수 있어~

2009-03-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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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취재 1부 부장대우)

2009년은 실로 다양한 변화가 우리 곁을 찾아오는 한해로 하루하루 채워지고 있다. 1월에는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 주인 자리를 꿰차더니 3월에 들어서는 하버드의대 한인 김용 교수가 한인 및 아시안 최초로 아이비리그 총장에 선출됐다는 소식으로 교육계에도 파격을 불러왔다.

특히 교육계는 이미 올 들어 다양한 변화가 줄줄이 이어져오고 있던 터였다. 미국내 최대 공립대학 시스템인 뉴욕주립대학(SUNY) 수장에 역사상 최초로 지난달 여성 총장이 임명됐고, 리버럴아트 분야 전국 상위권인 스와스모어칼리지도 최근 여성 총장을 영입했다. 이미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4곳이 여성 총장이고 컬럼비아대학도 이번 주 최초로 흑인이자
여성을 학장에 임명, 조만간 여성 총장 탄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MIT도 여성 총장을 두고 있다.


아이비리그 여성 총장 4명이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면서도 남성의 벽을 뚫어 눈길을 끌었다면 김 신임총장은 소수계로, 아시안으로 자랑스러운 한인으로 그 높은 벽을 처음으로 뛰어 넘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보수적인 교육계 성향을 감안한다면 최근 이어진 한인들의 백악관 입성 소식보다도 더 불가능했던 일을 현실로 이뤄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비리그의 김 신임총장 선출은 한인 1.5·2세는 물론, 1세들에게 또 다른 도전을 던져주는 하나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초반 아시안은 달랑 2세대뿐인 아이오와의 백인동네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그가 겪었을 인종갈등이나 정체성 혼란은 지금 뉴욕·뉴저지 한인 밀집지역에 살면서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한인 청소년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강도 높았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학식 높은 부모, 훌륭한 가정환경,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었지만 비단 그것만으로 오늘의
그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조건이나 환경만으로 훌륭한 인재가 나오지는 않는 법이니까…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는 올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뉴욕시 11월 선거에서는 한인 시의원을, 뉴저지 4월 교육위원선거에서는 한인 교육위원을 다수 배출해야 한다. 2010년에는 인구센서스 조사에도 참여해 한인 지역사회에 정부 예산을 가능한 많이 유치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하지만 ‘우린 소수계라 원래 힘이 없으니까~’ ‘한인들은 원래 결집력이 약하니까~’ ‘한인들이 하는 일이 고작 그렇고 그렇지~’라며 지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여러 큰 도전을 앞둔 뉴욕·뉴저지 한인들도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힘찬 각오와 자신감을 다질 때다. 성공의 열매는 꿈꾸는 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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