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온정으로 지은양에게 희망주자

2009-03-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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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생활고로 숨진 퀸즈 베이사이드 거주 김용호씨 부부의 딸 지은양을 돕겠다는 한인들의 따뜻한 온정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지은양의 처지를 안타까이 여긴 네일협회 회원은 물론, 각계에서 지은양이 무사히 학교를 마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에서 사랑의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제한파로 모두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인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우리의 생활은 지금 너도 나도 매우 힘들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돕고, 어려움에 처한 내 이웃에 관심을 갖고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준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이 힘든 세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지은 양을 도우려고 하는 한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다. 세상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러한 인정이 우리 사회에 살아있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증거이다.

숨진 이양의 부모가 당한 고통도 우리가 일찍이 알아 도움을 줄 수만 있었다면 그와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용호씨 부부도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기관이나 관련 전문가, 좋은 이웃들을 찾아 도움을 청했더라면 목숨까지 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귀중한 생명을 그처럼 쉽게 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남는다.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때 까지 무엇을 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한다. 다행히 남은 딸의 불행에 대해 뒤늦게나마 한인사회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죽기 전 그토록 딸을 걱정하던 김씨 부부
의 죽음에 그나마도 위로가 되는 점이다.


한인들은 어느 민족보다 남을 도우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따스한 민족이다. 불행을 당한 이웃을 돕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혼자서는 돕기가 어렵지만 여럿이 돕게 되면 훨씬 짐이 가볍다.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땐 꼭 돈으로만 돕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이나 가정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위에서 여러 형태로 도와야 한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 해결의 길을 안내해주는 것도 사태를 극단적으로 끌고나가지 않게 하는 길이다.

한인들이 더 이상 죽어나가는 것을 보아서는 안 된다. 고통에 직면한 한인들이 우리 주위에 또 있는 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때다. 내가 보이는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마음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지은 양에게 한인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절실한 것도 이런 이유 에서다. 막막한 지은양에게 한인들이 보여주는 온정의 손길은 지은양의 앞길에 희망의 등불이요,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지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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