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지 말라! 희망이 보인다

2009-03-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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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 (뉴욕그리스도교회 목사)

요즘 한인사회에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예사롭지 않다. 죽이고, 죽고, 불태우고 하는 삶의 마지막들이 총 맞은 것처럼 쉽게 일어나고 있다. 앞서가지 않아도 갈수 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왜 빨리 가려하는가? 모두가 말하는 경제 불황 때문인가? 미국에 올 때 우리는 돈보다는 희망을 갖고 오지 않았나?

아직도 희망이 있는데 왜 주저앉으려고 하는가? 야구선수가 3진 아웃을 당하였다고 게임전체를 포기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들은 9회말 2아웃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여기까지 오기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애씀으로 버티어 왔는가? 힘들어도 자녀들은 자라 주었고, 빚이 좀 있어도 아직 생명이 있지 않은가? 들판의 꽃이 목이 떨어져 나갔다고 뿌리 채 버리고 죽어가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생명이 있으면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왜 받은 선물을 스스로 반납하려 하는가?


지금 당장 끝내려 하지 말라. 좀 질질 끌어보라. 그렇게 살지 아니하였어도, 좀 구차하게 보여도 생명에게 희망을 약속하라. 홈런을 칠 때가 있다. 그것도 만루홈런 말이다. 1865년 8월 10일, ‘도스토예프스키’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오늘 아침엔 호텔에서 식사나 차도 주지 않
는다. 빵 한 조각 못 먹고 물만 먹고 3일을 견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빵을 주지 않는 것 보다 저녁에 촛불을 주지 않는 것이 불쾌했다.” 도스토
예프스키가 40세 되던 해에 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형이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그는 형이 남긴 엄청난 부채와 가족을 떠안게 되었다. 가난의 고통도 힘들었지만 고리대금업자들의 위협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지 이틀 뒤에 펜을 들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집필에 몰두해 세계 최고의 걸작 ‘죄와 벌’을 탄생시켰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가장 배고픈 상황 속에서도 촛불을 찾았고, 촛불은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밝혀주었다. 요즘 세계가 경제난과 실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없어 방황하고 낙심하는 이들도 많다. 오늘의 배고픔 때문에 빵을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일을 밝혀줄 촛불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들이여! 사실 희망보다 더 크고 강력한 리더십은 없다. 희망을 만들고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희망의 리더십이야말로 최고의 리더십이다.
페르시아 원정을 떠나는 알렉산더대왕에게 “가장 아끼는 보물이 무엇이냐”고 한 신하가 묻자 단호하게 ‘희망!’이라고 대답했다지 않는가.
희망은 관념이 아니다. 밥이고 힘이다. 무인도에 고립된 사람이 죽는 이유는 먹을 것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희망을 상실해서다. 우리 현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희망있는 사람은 산다.
그러나 희망이 없으면 죽는다. 그 희망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어찌보면 자녀들이 희망이고, 살아온 게 희망이다. 부활의 소망으로 죽어도 다시 사는 소망이다. 어려워도 눈을 뜨라. 힘들어도 꿈을 희망으로 바꾸고 죽을 힘을 다해 살아보자. 죽지 말고 살자.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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