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2009-0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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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촌은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매일 매일 돈의 흐름과 그 가치 변화로 인해 전전긍긍하며 편안치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의미로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오늘의 이 현상이 어떠한 기록을 남기고 새로운 역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운동선수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투지를 새롭게 해주는 명구(名句)로 다시금 기억되었으면 한다. 기원전에도 이에 버금하는 명구가 있었다. 신(神)이 독점하려던 불을 도둑질하여 인류에게 널리퍼뜨린 ‘프로메테우스’는 쇠사슬에 묶여 벌을 받았는데, 벌에서 풀려나면서 ‘제우스’신에게 복종하겠다는 표시로 자신이 묶여있었던 ‘코카서스’산(山) 바위조각이 박힌 반지를 손가락에 끼어야 했다. 이 ‘프로메테우스’가 낀 쇠로 만든 반지가 희랍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반지다.

이렇게 유래된 반지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한 때는 통치자의 권위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다윗 왕이 궁중의 보석 세공 우두머리에게 명하였다. “나를 위하여 반지를 만들되, 내가 매우 큰 승리를 거두어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리고 그 글귀는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나를 그 절망에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명을 받은 보석공은 정성을 다해 매우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반지에 새길 마땅한 글귀가 생각이 안나 고민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 갔다. 왕자는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라는 글귀를 새기라고 하면서 “왕이 승리의 순간에 이것을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가 낙심 중에 그것을 보게 되면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라는 구절처럼 모든 일은 다 순간이요, 곧 지나가 버리는 것임을 알면 우리는 성공이나 승리의 순간에도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교만해지지 않을 수 있다. 실패나 패배, 어떤 어려움 중에서도 지나치게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행복에 겨울 때나, 극한 어려움에 빠졌을 때 다윗 왕의 반지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라는 글귀마저 생각한다면 요즘 같이 어려운 때라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무력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홍근(무궁화 상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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