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핍, 절약하는 생활돼야

2009-0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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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정 목사

어떤 교수가 몇 나라의 국민적 특성을 쇼핑매너로 집약해 비교한 적이 있다. 영국은 쇼핑 때 얼마나 멋있는 제품인지 확인하고, 프랑스인은 얼마나 유행되는지 주안점을 두며, 독일인은 얼마나 튼튼한가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또 미국인은 얼마나 실용적인지에 눈을 두며, 일본인은 신. 구형 구별에 중범을 두는데, 한국인은 진짜인지 가짜인지(요새는 명품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묻고 또 물어 고객의 국적국민성을 추정할 수 있다. 상술에 필자는 상맹(?)인고로 실제 확인은 못하였으나 이민생활의 상식으로 그럴듯하게 여겨진다. 국민성이란 옳고 그름의 기준이나 선악간의 우열이나 흑백의 논리로 구분할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사항이 아니겠는가?

요즘 ‘경제 불황’ ‘공황’ ‘경제위기’ ‘글로벌 위기’ ‘금융몰락’ ‘월가몰락’ 등과 같은 단어들이 쏟아져 엄살 같은 호들갑이 언론이나 경제인, 교수나 정치인, 기업인이나 금융인, 경영인이나 실업자들의 아우성이 각양각색이다. 저마다의 불황위기를 개탄하며 타개책과 전략을 설파하나 그저 아연할 뿐이다. 차제에 촌지를 제안하며 거들어 보태고 싶은 충동이 절로 난다. 첫째, 청빈낙도(淸貧樂道)의 군자생활이다. 우리 선조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여유 있는 생을 즐기며 살았다. 초가삼간은 가난의
대명사요 부동산의 전부였고 초근모피로 밥상에 둘러앉은 자녀들을 골고루 키우면서 궁색도 떨지 않았다. 보릿고개 땐 나물 먹고 물마시고도 이 쑤시는 의젓하고 당당함에 아무도 얕보지 못하였다.


둘째, 내핍청백(耐乏淸白)의 올곧은 선비생활이다. 비록 옹색한 살림에도 검은 이권청탁의 비리에 빠지지 않았다. 회유, 압박, 뇌물에도 양심을 지키며 정치 잡배처럼 놀지 않고 지조를 확실히 지키며 살았다. 호화, 사치, 허영보다 내핍과 청빈의 생활로 품위를 고상하게 지켰다. 셋째, 검소, 소박, 절제의 대인의 대도를 걸었다. 비록 경쟁자나 정적의 중상모략에 걸려 낙향이나 귀양은 갔을망정, 소인에게 아부 아첨하거나 비굴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서 아주 대범하였다. 경제사정이 나아져 졸부들이 튀어나오고 GNP가 높아지자(한국정부 수립 후 60년간 1인당 국민소득:300배, 수출액: 1만7천배, 외환보유액:7만 배로 성장) 낭비와 사치와 허영의 과소비 문화가 유행되고 사치와 허영이 문화생활의 표준인 양 잣대가 바뀌면서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의 탁류 속에 요순의 전성시대를 구가하였다.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요순도 있었지만 전국시대도 있었고, 밀물이 있으면 썰물도 있듯이 쓰나미도 지나갔다고 계절도 말한다. 여름이 있으면 겨울도 있다며 낭비와 허비, 사치와 호화 속에 부동산과 금융거품으로 망쳐놓은 경제위기는 자업자득이 아니겠느냐고. 그러기에 검소, 소박, 청렴, 청빈, 내핍, 절약의 계절도 와야 한다며 커다란 채찍으로 일깨워 준다. 덴마크는 밖에서 잃은 것, 안에서 찾자는 내핍으로 지상 복지국을 이뤘고, 독일은 패전에서 잃었으나 근검절약, 내핍검소로 라인 강의 기적을 쌓았으며, 일본도 원자탄으로 폐허된 땅에 전쟁난 이웃에 총알 팔아 경제대국에 진입하였다. 한국은 동란에 미군이 버린 깡통을 수거하여 깡통지붕을 덮고 페기총포와 탱크를 주어다가 주물대장간에 기업을 세우지 않았는가?
이들의 공통분모가 바로 내핍이었다.

1971년 로마클럽이 ‘인류의 위기(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를 냈었다. 2005년에는 세계인구가 80억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지하자원 화석연료는 고갈 내지 소진할 것이며 화석연료가 뿜은 가스(Co2)는 공해대기층이 될 것이고, 환경은 오염되며, 생태계는 면역결핍의 바이러스 출현으로 파괴될 위기로 내다보았다. 현재 63억중 13억이 절대빈곤인데 미국은 그래도 풍요해서 낭비, 사치, 호황을 누리는 게 아닐까? 파산일보전 경영의 기업이 구제금융의 수혈을 받아 겨우 회생되자 호화 연말파티에 두툼한 보너스까지 챙겨줬다니, 그런 정신 상태에 수혈하는 것은 시루에 물 붙는 격이 아닐까?

자원은 한계가 있다. 모름지기 귀납적 해법은 내핍학(Austeriticlogy)의 개발에 있다고 본다. 내핍 경영, 내핍 문화윤리와 내핍 가정풍토로 발상을 전환하는 선구자가 돼야 한다. 양봉업자의 관찰에 의하면 꿀벌의 공생공영 비결은 ‘나눔’이다. 식량(꿀)이 한 방울만 있어도 전체가 끝까지 같이 쪼개먹으면서 먹이를 찾는 지혜라면 마땅히 사람이 본받을만한 교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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