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글을 모르는 한국인

2009-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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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희(수필가·세종한국학교 교감)

진석이는 몹시 산만하다. 부모님이 영어를 못하시니 집에서 한국어만 사용해서 영어도 잘 못한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데 다른 아이들보다 성적이 뒤떨어지고 학교에서 주의도 많이 듣는다. 그렇다고 한국어라도 잘하면 좋으련만, 진석이는 자음, 모음도 모르는 수준이다. 학부모 상담을
하는데 진석어머니는 아이를 한국학교에 그만 보내야 되겠다고 한다. 영어가 뒤떨어져 두 가지를 같이 배우면 혼동을 할까봐 걱정이 된단 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4개 국어 정도는 혼동하지 않고 스스로 분리시켜 습득을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한국인 엄마에 미국아빠, 중국인 유모와 히스패닉 운전기사를 두는 경우에 완벽하게 사중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얼마 전 신문기사에 미국가정에서 영어를 잘하는 중국인 유모를 연봉 10만 달러 이상 씩 주고 고용하는 붐이 일었다고 났었다. 인간의 지능은 만 4세까지 50%가 이루어지고 8세 까지 30% 그 나머지는 17세까지 이루어진다고 한다.


언어 습득력도 마찬가지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어릴수록 유리하다. 한국어도 나이가 먹어서 배우려고 하면 더 힘들어진다. 진석이 어머니에게 이런 설명을 하니 “한국말은 집에서 하니까 잘 해요. 쓰는 건 못해도 말만 잘하면 되잖아요?” 하신다. 나는 진석이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고, 집중력을 키워줄 수 있는 활동을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못 미더운 표정으로 돌아가셨다. 진석이는 이해력도 높고 재치도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 외에는 오랫동안 집중을 못한다.

진석이를 데려다 그림 만들기 등 몇 가지 활동을 시켜 보았더니 종이접기에 아주 몰두하였다. 한글 자음 모음 카드를 직접 만들게 시켰더니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많은 아이들은 단체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결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사는 부모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하루에 단 몇십 분이라도 데리고 대화도 나누고 숙제도 도와주며 정서적으로 안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점차 나아질 것이다. 카도쉬 비전센터 이스라엘교육연구원 원장인 이영희교수의 ‘유대인의 밥상머리’라는 책에 의하면 유대인의 어머니는 장보기에서부터 밥상준비와 설거지까지 남편과 자녀를 동참시킨다. 유대인의 밥상머리는 기도와 말씀이 있는 예배인 동시에 대화가 꽃피는 교실이다.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적인 위인을 배출한 유대인 자녀교육의 비밀은 바로 밥상머리에 있다. 여기에서 지혜훈련, 인내훈련, 타인에 대한 배려,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다 이루어진다.

유대인의 키부츠(Kibbutz)는 히브리어로 그룹(Group)라는 뜻의 크부짜에서 유래된 말로 1908년 최초의 키부츠 ‘드가니아’가 설립되었다. 자급자족적 농업공동체로 출발하여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으며 공동생산, 공동분배, 공동생활을 원칙으로 한다. 부모가 일하러 가면 아이들은 탁아소등 교육기관에 모여 생활하게 되는데 특히 자녀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키부츠에서의 교육은 조기 교육이다, 영재교육이다 하면서 우리나라의 교육기관과 부모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유대인의 교육방법은 아주 유명하다. 스스로 사고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어려서 부터 자립심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결론에서 나온 교육방법이다. 아직도 주입식으로 달달 외우고 따라 쓰고 해서라도 학습효과가 당장에 나타나는 걸 좋아하는 한국 부모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의 교육도 교육이지만 부모들의 의식변화가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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