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개인파산은 신중하게!

2009-0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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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취재 1부 기자)


“집값은 떨어지고 불황은 끝날 줄 모르고 도저히 주택 모기지를 감당할 길이 없네요. 개인파산 밖에는 길이 없는 건가요?”

최근 들어 월가에서 일어나는 일만 느껴졌던 ‘금융 위기’ 얘기를 주변에서 듣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 전문가들이 왁자지껄하게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신용위기 등의 전문 용어를 써가며 예측하던 경제침체의 여파가 드디어 우리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모기지 납부금을 못 내서 걱정인 사람, 사업 빚 갚을 길이 없어 힘든 사람 등 이젠 경제적 위기로 인한 금전적 어려움이 한인 각 가정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 한국일보 특별후원으로 열린 여성네트워크가 주최한 무료합동법률 세미나에 취재 갔을 때도 개별 상담이 시작되자 참석자의 1/3 가량이 채권·채무·개인파산 전문변호사 자리로 몰리는 모습을 보고 경제 불황이 얼마나 한인 가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 40대 주부는 “소득이 줄어 주택 모기지를 감당할 길이 없으며 얼마 전 은행측으로부터 주택이 차압돼 경매로 넘어가도 모자라는 금액은 개인 빚으로 남아 있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개인파산밖엔 길이 없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전문가의 답변은 모기지 금액을 조정하거나 숏세일이라는 것을 통해 은행측과 모기지 액수를 절충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함께 있던 다른 한인 참석자들로 부터 “모기지 금액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숏세일은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기가 호황일 때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했다가 불경기로 소득이 급감하자 주택 모기지를 갚을 길이 없어 고민인 상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개인파산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한인 상담자는 “개인파산을 하면 모기지를 다 못 갚아 생기는 빚도 모두 탕감되는 것이 아니냐”며 재차 묻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파산을 하면 크레딧이 나빠지기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직장을 구하거나 사업을 하는 등 경제적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날 참석했던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빚은 탕감되지만 파산 후 8년 정도 경제적 활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개인파산을 신청하기 전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

한 번의 선택으로 근 10년간 경제적 활동을 제약받게 된다면 그만큼 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개인파산을 신청하기 전에 다른 방도는 없는지 잘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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