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인가정 참극, 더 이상 없어야

2009-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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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를 칼로 난자하고 자신은 목매달아 죽다니.. 이 무슨 참담한 사건인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일이다. 퀸즈 베이사이드 고급콘도에 살던 한 한인가정집에서 지난 일요일 대낮에 발생한 사건은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이런 일이 왜 또 우리 커뮤니티에서 일어났단 말인가.

사건의 주인공 부부는 누가 봐도 부족할 것이 없는 고학력자로 부인은 명문고, 대학 출신의 약사, 남편은 맨하탄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보석상을 할 만큼 집안 살림도 유복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부인이 그토록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남편은 자신의 목숨까지 끊어야 했단 말인가. 남은 두 자녀의 장래를 생각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 이민 와 죽자 사자 노력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었다는 말인가.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 이런 비극적 사건들은 한인가정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건은 든든한 기반 없이 쌓아올린 모래성이 한인가정의 자화상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한인가정의 내면은 적지 않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한인 상담기관들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는 삶의 가장 중요한 기본을 잊어버리고 빨리 빨리 해서 남보다 더 잘 살고 자녀를 명문대학 보내는 것에만 너무 치중하며 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정의 행복은 가족 간의 정신적 유대와 사랑으로 깊게 동결돼 있어야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분주하다는 핑계로 이러한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번 사건의 동기는 아직 정확치 않다. 하지만 가해자인 남편의 성격이 매우 내성적이고 보수적이었다는 걸 보면 그러한 성격이 혹 우발적인 사건을 저지르게 하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따른다. 한인가정의 가장이나 아내들이 관심갖고 생각해 보아야 할 사안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런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진작 자신들의 문제를 관련 기관을 찾아 상담했더라면 이와 같이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은 되지 않았을 텐데... 평소 이들 부부가 서로 털어놓고 대화하며 문제를 잘 풀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가정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상담기관들의 보다 더 활발한 활동이 요구되는 이유다. 유사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인 각 가정에서는 가정의 필수요건인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관심, 대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한 순간의 실수로 아메리칸 드림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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