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상식과 비상식

2009-0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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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목회학박사 )

상식과 비상식은 생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상식이란 코먼 센스, 즉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늘 그렇게 대처해야 하는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센스를 말한다. 상식은 하루아침에 인식되어지는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습관 되어지고 복습되어져서 아주 일상화된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상식에는 남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생각과 행동도 포함된다. “저 사람은 아주 좋은 사람이야”라고 할 때, 그 사람은 매우 상식적이며 매너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이란 말 안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타자를 먼저 배려할 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을 때 그 사회는 건전해지고 활발해진다. 비상식은 상식이 아닐 때 불리어지는 말이다. 뜻은 간단히 상식의 반대라 할 수 있어도 비상식은 간단히 풀이되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비상식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식을 뛰어넘는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예술가들이 비상식적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비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을 잘못하면 범죄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상식을 예술로 승화시키면 그 사람은 평범과 보편과 일반을 뛰어넘는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뿐만 아니라 인류사에 빛나는 영웅과 철학자 혹은 발명가나 학자도 될 수 있다. 그러니 비상식적인 사람이라 해서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는 할 수 없다. 상식은 개인 한사람 보다는 모두를 위해 있고 그 모두는 상식으로 살아간다. 상식은 인식과 행동을 통해 나타나지고 그것은 진화되어 법으로 발전한다. 법은 개인뿐만 아니라 모두를 통제하지만,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도 한다. 법은 상식과 전통을 바탕으로 제정되고 상식 선 안에서 판단되고 실시된다. 상식을 떠난 법은 생각하기 힘들다.

상식은 질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질서는 법과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식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나 사회는 질서정연하게 혹은 일목요연하게 모든 것이 진행될 수 있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란 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법을 잘 지켜나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법 자체가 잘못되었을 경우다. 어떤 곳에서는 법 자체가 상식을 배제한 채 모든 사람들이 체제 유지의 방편인 질서유지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말 한 마디가가 법보다 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이런 곳에서는 상식과 질서는 보편과 일반을 무시한 채 잘못 인식되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랜 기간
동안, 어릴 때부터의 쇠뇌교육을 통해 잘못된 상식과 법과 질서를 배우고 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음은 곧 상식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상식은 잘못된 법 제정에 의해 사람은 동물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게 되며 상식과 보편은 전혀 무시되어 버린다. 이러한 독재 체제나 독재 정권하에서는 상식과 법과 질서란 말 뿐일 수 있다. 상식과 보편을 기초로 해야 할 법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도 상식은 통한다. 부부와 부자지간 혹은 형제와 친구사이에도 상식은 통한다.
이처럼 상식이란 모든 관계의 기초석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기초석이 잘못 되어지면 관계는 자동적으로 이상하게 흘러가게 된다. 잘 진행되던 모든 관계도 서로간의 상식 부족과 행동으로 인해 깨어지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 해야 한다.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와 자기 목숨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일은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상식이 되려면 아주 비상식이 되어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든지 아니면 비상식을 승화시켜 예술가의 길이나 혹은 철학자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몇 일전 한국에선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다. 87세다. 11년 전 추기경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의 기자회견이 생각난다. 그 때만해도 상당히 건강하셨는데. 인간은 누구나 다 죽음을 맞이한
다. 이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비상식도 있다. 부활이다. 기독교에서의 부활은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이런 비상식은 신앙 안에서만 가능하다. 믿음 안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종교적 비상식은 종교 안에서는 상식이 되어진다. 그것은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 밖에서의 비상식은 삼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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