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 교육행정가를 배출하자

2009-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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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취재 1부 기자)

1월말~2월초에 걸친 지난 설날 기간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한인학부모들의 활약이었다. 테너플라이와 레오니아 등에서 다양한 설날 행사가 한인들의 주최로 진행, 하나같이 주민들의 따뜻한 호응을 얻었다. 러더포드학군에서 올해 처음 열린 설날 행사는 한인학부모들의 세심한 정성이 그대로 배어나와 취재 후 자리를 뜨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4일 워싱턴 스쿨에서 열린 ‘한국설날축제(Korean Lunar New Year’s Festival)’는 30명이 넘는 이 학교 한인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 지난해 가을 윌리엄 멀케이 교장의 제안으로 구성된 한인학부모 모임은 설날축제에 이 학교에 재학 중인 300명 이상의 킨더카튼~3학년 전교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한국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거의 6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복 입어보기 순서였다.


전교생들은 한 사람 한사람씩 줄을 서서 한복을 입어보고 카메라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한복을 입은 자신의 독사진을 아마 지금쯤은 모두 받아보았을 것이다. 오후가 되자 한인 아버지들까지 합세했고 여러 인종의 이 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재기차기를 하는 등 흥미로운 광경들이 펼쳐졌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고 장구와 북을 치기도 하고 불고기와 뻥튀기 등 먹거리를 맛보기도 했다.

전교 16개 학급을 2개 학급씩 시간차를 두고 강당으로 내려오게 해 다시 4~5개 조의 소그룹으로 다시 나눈 조직적인 프로그램 운영덕분에 어색해하거나 딴청을 하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김미정 워싱턴스쿨 한인학부모회 회장의 말대로 학생들에게 ‘오감을 이용해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 비단 워싱턴 스쿨뿐 아니라 뉴저지지역의 한인학부모들의 이 같은 열정과 정성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팰리세이즈 팍 한국학부모회는 매년 지역 학교 교사진들에게 한국음식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레오니아 애나 스콧 초등학교 한인학부모회는 올해부터 설날행사시 중국설이라는 명칭 대신 음력설을 사용하도록 하는 결정을 학교측으로부터 이끌어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인부모들, 학생들의 열정과 머리수에 비해 한인 교사, 한인 교장, 한인 교육위원들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인 학부모들이 나서 타인종 학생들의 한국문화 적응을 도왔으니 이제는 한인교육가들, 한인 교육행정가들이 더 많이 배출돼 이들을 통해 한인 학생들의 미국교육과 사회 적응을 도와 커뮤니티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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