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원전쟁

2009-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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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 (수필가)

강대국의 개념은 무엇일까. 영토가 넓은 나라, 혹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강한 나라,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가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여기에 중요한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어느 만큼 중요한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일찍이 영국이 작은 섬나라의 한계점을 느끼고 오대양을 휩쓸며 식민지 확대에 나선 것은 더 많은 자원 확보와 경제적인 부가 가치를 노린 전략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시아 쪽에서는 일본이 이런 면에 일찍 눈을 뜨고 한국을 강점하고 만주와 중국을 침공하고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까지 손을 뻗고 미국까지 건드렸다가 패망의 자충수에 빠졌다. 일본이 한국에서 수탈해 간 자원들은 주로 쌀, 철광석, 석탄, 목재 등이었다. 반세기 동안 한국의 영토와 백성은 피폐해져갔다.


안정적인 더 많은 자원의 확보는 자국의 경제발전과 국부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세계의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인식하고 더 많이 확보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세계경제를 흔들만한 위력을 가진 중요 자원이다. 강대국들이 눈독을 들이고 더 많은 양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석유매장의 고갈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낀 산유국들은 석유판매 대금으로 사막을 녹지화하고 항만과 주
거지를 건설하는 등 자기 살길에 열을 낸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이 석유를 기피하고 자동차부터 수소나 태양 에너지로 대체된다면 세계의 산업과 문화는 어떻게 바뀔지 퍽 궁금한 일이다.

미국 중부의 넓은 곡창지대에서는 밀, 콩, 감자, 옥수수 등 많은 곡물이 생산된다. 이 풍부한 곡물 덕으로 낙농업도 발달되었다. 쇠고기는 다른 곡물류와 함께 미국의 주요한 수출 품목이다. 미 곡물시장의 가격인상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촉각을 돋우는 문제이다. 미국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많은 나라들은 자국보다 저렴한 미국의 농산물에만 의존했을 경우 자국의 조업이 피폐해질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여러 종류의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러시아는 구 소련 붕괴 후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더니 시베리아에 매장된 막대한 천연가스를 개발하여 재미를 보고 있다. 유럽지역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가스장사에 짭짤한 맛을 보더니 혹독히 추운 한 겨울에 유럽지역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가격인사의 흥정을 벌렸다. 이러한 자원을 가진 나라들의 횡포는 앞으로도 자주 여러 나라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런던의 금속거래소의 가장 활발한 자원 수요국은 단연 중국과 인도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14개국의 자원확보를 위한 외교전에 열을 내고 자국의 자원은 개발을 아끼고 있다. 일본은 브라질 등 남미 여러 나라에 자원을 선점하는데 앞장섰다. 한국도 마다가스카르, 호주, 남아공화국 등에 진출하여 철광석, 유연탄, 니켈, 아연, 크롬 등 특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자원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과 시간이 소요된다. 여러 나라들이 자원개발을 하는데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한다. 자원시장을 생산자의 부르는 값대로 형성되고 자원의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본다면 지구상에 한정되어 있는 자원을 쟁취하기 위한 나라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국가의 힘을 경제력이 뒷받침한다면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자원을 가진 나라, 자원 영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한 나라가 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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