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경제위기와 도덕성

2009-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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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어 닥친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의 전조로서, 2001년 미국의 7대 기업이었던 엔론의 도산이 있었습니다. 그 때 엔론에 자금을 투자했던 주식 자본주들과 펀드 투자자들은 줄줄이 파산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기극 속에서 용하게 자금을 회수한 펀드회사가 있었습니다. 보스턴 소재의 트릴리언 머셋 매니저먼트 회사의 사장 존 버베리안은 엔론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엔론이 펀드 매니저들에게 타이코(CEO 소득 전문조사기관)의 해외 활동에 관하여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말도록 주의를 준 것에 그는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엔론의 도덕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엔론은 2만2,000명의 사원을 가진 연매출 1,110억달러 규모 회사였습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은 이 회사를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엔론은 기업 성과지표를 알리는 보고서를 통해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상을 여섯 차례나 받았습니다. 엔론의 회장 케네스 레이는 부시 대통령의 친구이며 후원자로서 정계에도 큰손으로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기업의 뒷면에서는 ‘제도적, 체계적, 조직적, 창의적’인 분식회계로 조작한 성과지표를 내세운 사기극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중역들은 회사의 자금을 제멋대로 착복하고 있었습니다. 트릴리언 머셋 매니저먼트 회사의 사장 존 버베리안이 이런 상황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엔론이 기울어지고 있을 때였지만 그는 시급하게 주식을 반환하고 돈을 뽑아 상당수의 고객의 자금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건 투자자이건 간에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도덕성입니다.

‘메가트렌드 2010’의 저자 패트리샤 에버딘은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인간이 추구하여 온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극복하고 세계를 통일하였지만 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성패는 인류가 그 자본주의를 얼마나 도덕적으로 운영하고, 이용하고, 추구하는 가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도덕성을 잃을 때,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부는 죄악과 고통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칼럼니스트로서 명성을 날린 기 소르망도 그의 인터뷰 저서 ‘자본주의의 종말과 새 세기’에서 자본주의는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상적 기원인 프로테스탄트 윤리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최근에 불어 닥친 세계의 경제 위기는 곧 기업과 정치와 금융계의 도덕적 이탈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소위 선진 국가들은 저개발국가인 중국, 인도, 남미제국과 동남아 제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너무 흥청거리며 살았습니다. 아주 좋은 물건들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헐값으로 사들여 과소비로 놀아났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그 분위기에 취해 갚을 수도 없는 빚으로 분수에 넘치는 주택들을 사 들인 것입니다. 스스로의 땀이 배지 않은 부도덕한 사치와 과소비는 몰락을 자초했습니다.

미국의 새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위기 극복을 위하여 구조조정과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것은 쉽게 말해서 모든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도덕성을 회복해 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자기 노력과 분수에 맞게 절약하며 쓰고, 사는 일에 겸손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이건 가정이건 상호 신뢰를 회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3세계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서로 나누는 일이 필요합니다. 지금 세계가 오바마를 주시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사람들이 기 소르망이 파악한대로 그리스도인적 도덕성을 시급히 회복하지 않는다면, 버락 오바마도 이 경제 난국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몰락이 다가오게 됩니다.

송순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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