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랑

2009-0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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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취재 2부 기자)

2009년 2월16일 오후 6시12분 김수환 추기경이 향년 87세를 일기로 선종했다.한국 뿐 아니라 이곳 미국을 비롯한 이국땅에서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자자하다. 고인의 삶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증언들이 있지만 이를 한마디로 간추리면 ‘사랑’이라 함이 적합할 것이다.

종교 지도자를 뛰어넘어 범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은 고인은 평소 봉사와 나눔을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주변인들에게 ‘고맙다’, ‘사랑하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던 그는 안구 기증을 통한 사랑의 실천으로 생을 마감했다.선종 직후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고인의 두 눈의 각막은 이제 두 명에게 삶의 빛을 안겨줘 사랑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몸소 보여준 사랑의 실천 이후 한국의 장기기증 단체들에는 사후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신청 및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김 추기경이 직접 설립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서울 성북동의 미혼모 자녀 입양기관 ‘성가정입양원’에도 입양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평생을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힘없는 사람, 버림받은 사람을 돌보고 보듬으며 살았던 김 추기경. 그는 정의와 양심으로 바른 길을 제시했고 교회가 세상 속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부 독재의 살기가 온 나라를 덮고 모두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을 때 그는 정의의 편, 약자의 편에서 옳고 바른 것을 지켰다. 그로 인해 고인이 어둠의 세력에 맞서 지켜낸 명동성당은 어느새 민주화의 성지이자 시대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김 추기경과 1997년 타계한 마더 테레사의 삶이 그러했듯 사랑이 머물다 간 흔적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온 인류의 마음을 훈훈하게 감동시키는 강한 위력이 있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그들의 삶에 비춰진 사랑은 나보다 타인의 또 세상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진정한 추모의 마음은 사랑의 화답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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