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겨울이 다 가고 봄이다

2009-02-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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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옛 부터 봄은 누구나 그리워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아들, 딸 이름에 ‘봄’이라는 글자까지 넣어 짓는 경우도 많다. 춘향전에 나오는 월매가 딸의 이름을 ‘춘향’이라 지은 것도 기생의 신분으로 핍박을 받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봄이 항상 그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생활의 봄, 인생의 봄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래서 월매는 춘향이를 낳자마자 봄 향기, 즉 춘향(春香)이라 이름 지었으며 또 아들을 낳으면 그 부모가 봄이 그리워서 봄 돌, 춘석(春石)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럴 만큼 옛날 사람들은 봄을 많이 그리워했다.

봄이라고 하는 것은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이 피어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계절로 따지자면 겨울이 다가고 이제 봄이 왔지만 우리네 경제사정은 추운 겨울날씨만큼 풀리지 않고 점점 더 추워지는 게 현재 우리가 당면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이번 겨울은 예전의 겨울보다 더 길고 춥게 느껴진 겨울이었다. 날씨도 추웠고 눈도 자주 내린 날씨 탓도 있겠지만 이번 겨울을 더욱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지게 한 것은 불경기로 인한 움츠러들음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봄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겠는가.


가만히 앉아서 오는 봄을 기다리는 것은 계절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봄은 가만히 앉아서 오는 법이 없다. 봄은 만들어야 된다. 이제 어느덧 겨울도 다 가고 봄이 모퉁이 돌아서, 다리 건너서 어딘가에서 부터 지금 오고 있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었지만 어느새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맑고 상긋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 생명으로 가득한 새싹과 잎이 또 돋아날 것이다.

자연은 아무리 추운 겨울도 봄이 오는 계절의 변화를 막지 못하고 질서대로 움직인다. 불경기의 한파로 움츠려든 우리들의 마음도 힘차게 일어날 수 있도록 봄을 맞이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겠다. 우리에게 아무리 꽃이 피는 봄이 와도 몸과 마음에 봄이 없으면 그 봄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계절에 따라 오는 봄도 느끼게 되어 있다.

봄은 항상 반가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늘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봄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만 온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리고는 언제나 안 온다고 불평만 하였다. 장사가 어려운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안 된다’ ‘안 된다’ 하지 말고 새롭게 분발해서 장사가 잘 되도록 더 노력해야 되고 학교성적이 안 좋은 학생은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성적도 더 올리도록 힘써야 한다. 또 건강이 시원찮은 사람은 섭생을 잘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여 아픈 몸을 추슬러야 된다. 자녀나 배우자 문제로 속을 썩는 가정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 원만한 생활, 원만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봄은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요, 더 나아가 희망의 계절이라고 한다. 희망은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인생의 깃발이다. 만일 인간에게 희망이 없다면 무슨 이유로 살 것인가.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희망은 근심을 이기는 힘이 되며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된다. 희망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바라고 소원하는 바가 성취될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다. 그러므로 희망이 없는 삶은 공허와 좌절의 삶이다. 그래서 키에르케고르는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 지옥이라고 하였다.

희망이 없는 일은 어떤 것이든 무의미하고 불평과 실패로 이어진다. 하지만 봄과 함께 갖게 되는 희망은 삶의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목적까지도 이룰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심리학자 롤로메이는 현대인의 가장 큰 무서운 병을 ‘불안과 공허’라고 말하였다. 희망이 없는 것은 자기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에 큰 공허와 불안의 삶이다. 희망은 막연
한 바람이 아니다. 희망은 우리의 책임을 다할 때, 희망을 향한 목적지로 나아갈 때 우리의 자세를 규정한다. 희망을 향한 우리의 과정이 충실할 때 희망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봄과 함께 통과된 경기부양안 등으로 위기의 경제를 살려내고 한인커뮤니티도 새로 뽑히는 한인회장을 구심점으로 다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할 것이다. 우리 개개인도 희망의 봄 을 기다리며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어 새 깃발을 꽂을 준비를 힘차게 해야 겠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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