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 있다

2009-02-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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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평화통일 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위원)

최근 대한민국 국회가 재외국민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르면 이번 4월 보궐선거 때부터 시행한다는 소식이 한인사회의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얼핏 들으면, 한국정부가 재외국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 위상을 인정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미주한인의 한 사람으로 그 내용과 의미를 깊이 생각할수록 불쾌하고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된다. 왜 그럴까?

이번에 소위 ‘한국 참정권’을 부여받은 미주한인들은 아직 ‘미국 참정권’을 갖지 않은 사람들, 즉 한국여권을 소지한 또는 미국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들에 국한되므로 나 같은 한국계 미국시민은 이 재외국민 참정권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이 한국 참정권이 미주한인사회에 끼칠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재외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이 본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시행해야 할 직무를 유기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된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 법안은 얼핏 보기에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국민들에게 원래 없던 권한을 부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은 그간의 대한민국 정부의 재외국민들의 권리옹호에 대한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시행이 미주한인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대개 몇 가지 부작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첫째, 미국 내에서 대한민국 정치 및 선거운동이 가능한 일인지 미리 생각해볼 만하다. 대한민국 선거운동이 미국의 국내법과 상충되지는 않을지?
둘째,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당파싸움이 미주한인사회에서도 벌어지지 않을지? 그러지 않아도 대한민국 선거철이 되면 각종 후보 후원회가 결성되고 그들의 활동으로 미주 한인사회가 시끄러운데, 참정권이 시행되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지 미리 생각해볼 만하다.

셋째, 이 재외국민 참정권은 미주한인들이 대한민국의 참정권을 누리기 위해서 미국시민이 되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모순을 내포하는데,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자손대대 살아가야할 우리 미주한인들이 미국 참정권을 따내고 적극적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파고들어도 모자라는 판국에, 미국 참정권과 상극이 되는 한국 참정권을 과연 권장해야 할 일인지 대한민국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오랜 세월동안 제기되어왔던 재외국민들의 ‘이중국적 허용‘이라는 근본문제를 호도하는 정치적 계산에 불과하다. 특히 미주한인들에게 권장해야 할 것은 한국 참정권이 아니고 미국 참정권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대한민국정부의 또 하나의 직무유기가 된다고 본다.
대한민국정부가 국내당파싸움으로 미주한인사회를 분열시킬 허울 좋은 ‘재외국민 참정권”으로 미주한인사회를 헷갈리게 하는 것 같아 생각할수록 불쾌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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