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 막걸리

2009-0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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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태 환 (한의사)

오래 전의 일이지만 성당 바자회에 갔다가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온 일이 있었는데 하룻밤을 잔 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내용물이 얼마나 발효팽창을 했는지 마치 축구공 같은 모양이 되어 금새라도 터질 것같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서둘러 마개를 열었더니 마치 샴페인 터지듯 펑 하면서 거품이 천장으로 치솟았다.

그 맛 또한 일품으로 사이다처럼 입속을 찔렀다. 그후 나는 이와 같은 생막걸리를 더 구해보려고 했으나 이곳 뉴욕에서는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그 이듬해 바자회를 고대하다 예의 막걸리매장부터 찾았다. 그런데 그때의 자매들은 보이지 않고 한 남정네가 팔고있기에 다섯 병을 사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하룻밤을 지냈는데도 전혀 팽창되는 기미가 없다. 그래서 실온이 차서 그런가하여 포대기를 씌워 라지에터 위에 모셔놓고 또 일박해 보았다. 그러나 그 후도 여전히 허사였다. 이번 것은 죽은 막걸리인 것이다.


나는 그후 이와 같은 죽은 막걸리를 다시 살려놓을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한 나머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다시 살린 생막걸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는 매주 일요산악회에 갈 때마다 이렇게 살린 생막걸리 한 병씩을 등에 지고 올라가 회원들과 한잔씩 나누고 있는데 그 인기가 대단하다. 심지어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던 자매들까지 앞다투어 한잔씩 차례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그 비법의 공개를 바라고 있다.

내가 시도해본 생막걸리 재생법은 병막걸리 1병, 드라이이스트 2/3 티스푼, 황설탕 큰수저 고봉으로 6수저, 이상을 잘 흔들어 실온으로 여름엔 하루, 겨울에는 이틀쯤이면 완성된다. 완성 후에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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