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착’과 이민 스트레스

2009-0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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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희 (뉴욕가정상담소 선임상담원· 미술치료사 )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다 보니 이들의 정서적 필요에 민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낯선 이 나라에서 겪는 언어, 문화, 사회, 경제적 어려움 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들은 소홀히 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우리의 정신건강에 ‘나쁜’ 스트레스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동물 행동과 진화 생물학을 연구하였는데, ‘애착’은 아기가 엄마에게 가까이 있도록 하게하고, 엄마에게 가까이 있는 동물일수록 위험으로 부터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여기서 발전하여 ‘애착’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지속적인 심리적 유대라고 생각하였으며, 어린 시절 자신을 돌보는 이(엄마)와 형성된 유대가 이후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애착이론의 핵심은 아기의 필요에 반응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엄마는 ‘안전감을’ 형성하는데, 엄마와 애착이 잘 형성된 아기는 엄마가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은 아이로 하여금 ‘안전 기반’을 만들게 하고, 나아가 세계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게한다.

아이가 위협을 느꼈을 때는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기 위하여 엄마에게 돌아오게 된다. 또한 아기는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엄마 주위에 머무르려고 하며, 엄마가 보이지 않을 때 아기는 기분이 상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엄마와의 애착이 잘못 형성된 아기는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에 더 취약하게 되고, 행동 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등, 문제있는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높게 된다.

메리 에인스월쓰(Mary Ainsworth)는 1세에서 1세 반 아기를 엄마와 떨어지게 하는 관찰실험을 아기가 ‘낯선 상황’에서 하였는데, 관찰을 통하여 아기가 엄마와 형성한 네 가지 종류의 애착 스타일을 구별하였다. 이후의 여러가지 애착 실험들은 아기와 엄마애착 스타일이 아기의 아동기와 이후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의 관계 형성이나 성격 등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발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가족 이민, 취업, 결혼, 유학 등으로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공감이 들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유학을 온 아이들을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들은 이민자들이 갖는 스트레스 이외에도 정체성의 문제, 분리로 부터 오는 고통과 스트레스 등, 애착과 관련된 여러 정서적 어려움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어른 이민자들의 경우를 보면, 낯선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권위의식을 내세워 만만한 가족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도박이나 술 등으로 잘못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불안정 애착으로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은 심리 상담을 통하여 “배워진 안전 애착”을 가질 수 있고, 그럼으로써 좀 더 건강한 성격으로 발전하여 관계 형성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뉴욕가정상담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듣는 말은, “친정집”에 온 기분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이들이 상담소로부터 따뜻하고 편안하고 안전함을 느끼게 해 주는 ‘엄마’같은 곳이라는 느낌을 가졌다는 생각을 해본다.

뉴욕가정상담소에서 하고 있는 상담서비스 및 프로그램들은 ‘배워진 안전 애착’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과 미국이라는 낯선 곳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민자들이 상담소를 잘 활용하여 이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고, 위로를 주는 곳이 되고, 뉴욕가정상담소가 ‘안전 기반’이 되어 낯선 미국에서 안전감을 느껴 이 나라를 탐험하는 주인이 되기를 바래본다. 뉴욕가정상담소 전화는 718-460-38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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