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행정부의 코리안 아메리칸들

2009-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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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 평 (정치학박사 커네티컷 주립대 명예교수 )

오바마 정부는 지난 1월 20일 출범후 지금까지 백악관의 새로운 진용을 짜고 내각을 임명하여 상원의원의 동의와 찬성을 얻는데 급행 속도의 진전을 보았다. 부시말기에 시작된 금융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모든 힘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 구성에는 재미한국인의 2세들인 코리안 아메리칸이 여러명 등용되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재미 한국인이 기대하는 바와 같은 결정권이 있는 직급이 아니라 거의 보좌관 급이다.
부시행정부에서 백악관 보좌진에 임명된 3-4명의 경우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도 아니며 또 경험도 매우 부족한 폭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또 학문적으로 대학교 조교수와 부교수 레벨에 있었기 때문에 정책결정에는 직접 간여할 수 없었다. 정책은 원로들이 결정하고 정책수행은 정책보좌관이 주로 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한인사회가 바라는 만큼의 대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기는 힘든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백악관에서 원로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한반도정책을 토의하고 미국의 국가이익에 합당한 좋은 재료와 논리를 전개하여 그들의 상사로 하여금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 스태프로 임명된 코리안 아메리칸의 연령과 경력을 보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그들의 자질부터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이민 1세대의 후손으로 미국에서 출생하고 미국의 일류대학인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하고 또 대학원까지 진학하여 변호사 자격과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인 사회에서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과정과 교육배경을 보면 대부분이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가족제도에서 자라고 미국식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보수적이고 변화 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사고방식은 이민자인 부모들과 같이 보수적이지만 행동과 생활 방식은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배운 미국아이들과 똑 같은 행동에 사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나는 부시행정부에서 백악관에서 유일하게 대 한반도 정책과 특히 북핵문제를 담당한 보좌관 한명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대학원 석사학위를 마치고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심사 때 나는 주심교수인 모리교수의 초청으로 참여, 논문을 심사했다. 그의 부친은 한국에서 경기고를 졸업하고 1950년대에 미국에 와서 학부는 컬럼비아대학 성인학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상과대학원 (Business Sc hool)에서 MBA 학위를 받은 엘리트이다. 물론 한국사회의 엘리트인 동시에 보수적인 인사다. 따라서 그의 장남도 보수적이며 부시행정부에서는 매우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는 부시대통령의 안보담당 보좌관이 결정한 한반도 정책을 합리화하는데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안다.

아무리 훌륭하고 유명한 대학을 나오고 백악관에 입성해도 부모가 원하는 대로 조국에 대한 정책결정에 큰 영향은 미칠 수가 없는 것이 미주한인의 실상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학계에 남아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며 대통령과 그의 정책 보좌관으로 하여금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코리안 아메리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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