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찬양은 설교와 발맞춰라”

2009-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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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M 가수 변신 ‘시인과촌장’ 하덕규 교수

메시지 파워 강화·희망-용기 주는 선곡 해야
“세상 아픔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 노래하고파”


“10여년간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다 거듭난 후에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로 살았습니다. 지난 2년간은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책을 보고 쉬면서 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풀러신학교와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견실한 배움의 기회를 갖고 이달 한국으로 귀국, 백석대학교 강단에 다시 설 예정인 ‘시인과 촌장’ 하덕규(50) 교수가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1981년 본격 활동을 시작한 이래 자신의 음반이 평론가 52인에 의해 ‘대중음악 100대 명반’ 14위(‘푸른 돛’)와 31위(‘숲’)에 랭크되는 빛나는 음악적 성과를 일궈낸 그. 흰옷 입은 겨레에게 고유한 감수성의 현을 울리는 빼어난 창작력으로 ‘비둘기에게’ ‘가시나무’ ‘푸른 애벌레의 꿈’ ‘숲’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겨 서정주의 포크음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그. 하지만 지금은 젊은날의 화려함을 뒤로 한 채 CCM 가수와 대학교수로서 음악을 통해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을 앞당기는 일에 조용히 헌신하고 있다.

분명 그래서일 게다. 하 교수는 오늘날 교회의 ‘경배와 찬양’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예술가로서 ‘미’(beauty)를 추구하려는 기질이 다분하지요. 아름다움의 추구는 정당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통과하지 않은 예술적 갈망은 위험한 것입니다.”

현대음악 도입으로 교회가 ‘통합적 예배’(blended worship)의 시대를 맞은 지금, 이에 대한 신학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때문에 “CCM을 하는 이들의 열정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창조주가 의도한 예술의 본래 위치로 돌아갈 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또 이를 위해 예배의 하이라이트인 설교를 맡고 있는 목회자와 사전 교감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찬양 인도자는 단 몇 곡을 하더라도 메시지의 파워를 강화하고 희망과 용기, 사죄의 확신을 심어 주며 성도의 교제를 강화하는 노래들을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배는 하나의 작품”이라며 “찬양 리더는 워십 인도가 콘서트나 퍼포먼스가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사람들을 오직 하나님 앞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예배에 대한 이해와 교회의 권위에 대한 순종이 찬양팀에 꼭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은 그래서 나왔다. 그는 “CCM을 하는 이들은 투철한 지체의식 속에서, 기존의 교회음악과 ‘아름다운 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이같은 찬양에 대한 ‘깨달음의 보따리’를 오는 14일(토) 오후 2~6시 라성빌라델비아교회(3412 W. 4th St., LA)에서 갖는 세미나에서 풀어놓을 계획이다. 오후 7시부터 이어지는 ‘해피 밸런타인 콘서트’에서는 노래로 영혼의 떨림도 선사한다. 남가주의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이 ‘진정한 찬미의 제사’를 통해 하나님을 더 잘 예배하기를 비는 간절한 소원에서다.


마지막으로 귀국 후 활동 계획을 물었다. “지금도 노래를 달라는 요청이 많다. 하지만 대중가요 가수로서 의욕적으로 활동할 나이는 아니다”고 답했으나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 인생의 어느 구비에선가는 예수님 노래를 할 수도 있고, 세상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가요를 부른다면, 현대인의 눈물과 아픔과 외로움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응답하는 노래가 될 것입니다.”

자신을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그에게, 음악하는 일은 하늘 은사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유명해지고픈 마음은 더 이상 없다. 다만 “가요의 영역도 ‘공중 권세 잡은 자’에게 내어줄 수는 없기에 누군가 들어가서 하나님의 뜻대로 다스려야 한다”고 믿을 뿐이다.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가장 정직하게, 아름답게 노래하고 싶습니다. 생의 여행자로서 이 땅에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음악인이 되고 싶은 것이지요.”

깊어진 영성과 음악과 세계에 대한 넓어진 이해를 소유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자신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갈지 자못 기대된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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