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이 뭐길래!

2009-02-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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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철 (목사·수필가)

5일자 뉴욕한국일보에 천인공노할 기사가 실렸다. 지난 달 필라델피아 인근에서 발생한 채점식 전 뷰티서플라이 협회 회장을 살해한 범인이 그의 조카(처제의 아들, 25세)임이 밝혀졌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아무리 말세라지만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서 이 같은 끔찍한 일을 자행할 수 있단 말인가! 힘이 펄펄 치솟는 젊디젊은 나이에 허구 많은 일 중에 하필이면 살인 강도질을 했을까? 앞길이 구만리 같은 인생인데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인생살이에 있어서 돈이란 절대 필요불가결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도 돈이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하나의 수단이 될지언정 인생의 목적은 아닌 것이다. 그렇담 돈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설혹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돈을 얻기 위해 남을 해치거나 남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그건 짐승이나 할 짓이지 결코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사회에 그 같은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인간들이 있기에 이 사회는 항상 전쟁터를 방불케 하여 불안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불과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인명을 간단히 해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니 어찌 마음 편히 살아갈 것인가?


때론 재벌이 죽고 나면 그 자녀들이 부모의 유산을 분배하는 문제로 같은 피를 나눈 형제자매라는 관계를 짓밟고 법정투쟁까지 불사하는 추태를 부리는 것을 적잖이 보아왔다. 과연 돈이란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요즘 한국에서는 십대 여자 아이들이 용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기 몸을 상품화하여 얻은 돈으로 유흥비에 충당하는 사례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한심한 소리를 듣는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그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일까?

언젠가 어떤 신자로부터 “돈이 선한 것입니까, 악한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구태여 누구의 답을 들을 필요가 없는 질문이 아니겠는가? 돈이란 인간들이 공동생활을 해 나가는 일에 필요해서 인간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필요조건에 불과한 것이지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니 돈 그 자체는 선악으로 구분할 수도 구분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요는 돈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선으로 또는 악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은 개같
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옛말이 있는 것이다. 즉 정당하게 부지런히 벌어서 값있게 쓰라는 교훈이다. 아무리 내가 피땀 흘려 번 내 돈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도록 사용할 것 같으면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돈이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함께 살아감에 있어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인생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성경(딤전6:10)에서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라고 교훈하고 있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그 같은 일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돈이란 절대 사랑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돈을 우상화 하여 온갖 추태와 죄악을 범
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이어져 사회악을 조성하고 있다.
옛날 지혜의 왕 솔로몬은 “나로 하여금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너무 부유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먹게 하옵소서. 내가 배가 너무 불러 하나님을 모른다고 배반할까 염려되며, 너무 가난해서 도둑질을 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렵습니다.”(잠30:8-9) 이것이야
말로 모든 인간들이 마땅히 걸어가야 하는 인간의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칠 것 같으면 나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지나친 욕심을 삼가면서 내 이웃에 아량을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다름 아닌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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