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금수보다 못한 사람들

2009-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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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영 <고문>

애완용 개를 길러 본 사람들은 개가 얼마나 충직한 동물인지를 실감한다. 매사에 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주인의 명령에 따르고 누가 주인을 해치려고 한다면 온몸으로 주인을 방어한다. 어떤 개는 주인이 병원에 입원하자 그 병원 앞을 주인이 퇴원할 때까지 지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료나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사람에게만 있을 것 같지만 개에게도 있다고 한다. 체력이 강한 개는 함께 생활하는 어리거나 약한 개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장난감도 양보한다는 것이다.

개는 이런 사회성이 있고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사람이 기르는 가축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1만4,000년 전부터 사람과 함께 생활했던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에서도 선사시대의 유물에서 개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개는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애완용으로 사랑받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때와 부시 대통령때 백악관의 식구에도 개가 항상 포함되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진돗개를 좋아하여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 식탁 아래에 있는 개에게 한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개가 항상 집무실 앞에 사납게 버티고 앉아서 박대통령 이외에는 그 누구의 접근도 막아 결국 신당동의 사저로 보내졌고 사저에서 쇠사슬에 묶여 울부짖다가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개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도 주인에게 충성을 하거나 은혜에 보답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까치와 뱀에 대한 이야기도 그런 것이다. 뱀에게 잡혀서 죽을 위기에 있던 까치가 한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 났는데 그 사람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자기의 머리를 부딪혀 종을 치고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또 농부가 들에서 소에게 풀을 뜯기다가 호랑이의 공격을 받았는데 소가 호랑이와 싸워서 피투성이가 되면서 죽어갔고 이 틈에 소의 주인이 피신하여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런 금수보다 못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세를 지고도 감사할 줄을 모르고 은혜를 오히려 원수로 갚는 사람들이 많다. 신의와 의리는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약자를 배려하기 보다는 작은 힘으로 다른 사람의 몫까지 빼앗아 가려고 하고 기회만 있으면 속이고 훔치려고 한다. 이런 악행이 특히 한국에서 심하다. 유산때문에 아버지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려고 가족을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강호순도 그런 예이다. 그는 무모한 사람들을 잇달아 잔인하게 죽이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희로애락의 감정도 없이 살인 그 자체를 즐긴 사이코패스라고 하니 그야말고 금수보다 못한 인간인 것이다.

성인 중에 1%정도는 이런 사이코패스가 될 수있는 기질이지만 사회환경과 사회구조, 교육에 따라서 실제 범행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4년 부녀자와 노인등 20명을 연쇄살인한 유영철, 2006년 초등학생과 여성 등 13명을 살해한 정남규도 사이코패스라고 하니 한국사회와 교육이 모두 잘못 되었음을 입증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는데 원래부터 그런 예의의 나라는 아니었다. 조선시대에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으면서 국가와 모든 사회조직에 공맹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적용함으로써 지나칠 정도의 예의지국이 된 것이다. 마치 현대의 공산주의가 대중을 세뇌시켰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이루어진 교육의 결과였다. 그만큼 교육은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무엇이 문제인가. 물질만능과 경제지상주의의 풍조속에서 부정부패, 탈법편법, 사기, 약육강식 등 비행이 도를 넘었고 이혼율 세계 1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얻었고 최악의 사이코패스 범죄도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한국사회에서 도덕과 양심이 사라져 그 사회와 가정, 교육기관이 교육기능을 잃어 버린데 있다. 교육은 어린 묘목이 똑바로 자라나도록 붙잡아 주는 부목과 같은 것이다. 비록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교육을 통해 어느정도 교정할 수도 있고 또 건전한 사회환경과 구조속에서는 그 기질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억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또 세계에서 기독교가 가장 부흥하고 있는 종교열이 높은 나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인성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금수보다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나라라면 그 교육열과 종교열은 매우 잘못된 것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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