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민개혁은 경기부양의 초석

2009-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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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 수 (취재 1부 차장)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연방의회가 발표한 ‘우선처리 10대 법안’은 총체적 위기에 빠진 미국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한 절박한 승부수였다.
경기부양책을 필두로 중산층 구제안과 주택소유주 보호안, 포괄적인 헬스케어 개혁안, 교육개혁안, 정부개혁안, 이민개혁안 등 붕괴직전의 사회 시스템을 다시 세우려는 정치인들의 각오가 엿보여 기대를 갖게 한다.

이 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방의회는 현재 경기부양책과 중산층 구제안 심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방상원은 지난 3일 폐업위기에 내 몰린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먼저 감세정책을 선택했다. 경기부양법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가장먼저 합의한 이 수정안은 새 자동차 구입 시 은행융자금의 이자를 감세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연방의회가 추진 중인 경기부양 규모는 최고 9,000억 달러에 육박하는데 이 가운데 60%는 정부기금으로, 40%는 감세정책으로 경기부양의 효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경기부양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도 단호해 경기부양책이 연방의회를 통과하면 즉각적인 시행이 예상된다. 하지만 경기부양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노동시장은 의회와 행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하다. 특히 이민 노동자들은 단속과 추방의 공포 속에 설자리마저 잃어가고 있다. 경기부양책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겠지만 노동시장이 불안하면 결국 사상누각이 될 것이 뻔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괄적인이민개혁안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 따로 이민 따로가 아닌 경제와 이민을 하나로
묶어 처리해야만 실질적인 치료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5일 현재, 연방의회에서 논의 중인 이민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최근 공개된 이민세관단속국(ICE) 내부문건에 따르면 ICE는 2002년 시작된 ‘범법 및 도망 불체자 단속프로그램’이 효과가 없자 2006년부터 체포 대상을 일반 불체자로 확대, 실적 높이기에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2006년 이후 체포된 불체자의 51%는 범법기록이 없는 단순 불체자였고 40%는 단순 체류기간 위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ICE의 이 같은 무차별적인 단속은 노동시장 냉각으로 이어졌고 미 경기침체의 단초가 됐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경기부양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차별 단속이 당장 중단돼야 한다. 그리고 포괄적인이민개혁법안이 하루라도 빨리 의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이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민사회의 정치력이 절실한 시점으로 이제 우리도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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