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어쩌다 이런 끔직한 사건이…

2009-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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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이가 없고 경악스럽다. 필라델피아 노스웨일즈 자택에서 피살된 전 필라 뷰티서플라이협회 채점식회장의 살해용의자가 채씨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전 한인사회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20대인 채씨의 조카가 앞장서 공범 7명이 모의, 채씨네 집에 침입해 채씨를 살해하고 금품을 털어 달아났다가 한 달 만에 일당 중 4명이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들이 속속 잡히고 있건만 우리들의 마음은 왜 이렇게 허탈한가. 이번 사건의 주모자가 피살자의 조카라는 사실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인 젊은이의 자화상이 이 지경이 되었으며, 어쩌다 이런 끔찍한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우리 한인 청년이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이 사건은 도덕과 인륜이 땅에 떨어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이런 끔찍한 사건은 무엇보다 자녀교육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한인부모들과 한인 커뮤니티에 각성의 계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인사회는 평소 2세들에 대한 교육과 지도, 계몽의 중요성을 노래처럼 읊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한인사회가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생활유도 및 지도 등에 과연 얼마나 관심과 사랑을 기울였고 이런 활동을 하는 단체나 프로그램을 지원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언제나 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청소년계몽의 중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안가 흐지부지 없어지기가 일쑤였다.
2세들의 탈선문제, 이대로 방치해 둘 것인가. 채씨의 살해용의자로 체포된 그의 조카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마약으로 해소하면서 지내다 이 사건을 모의했던 것이라고 한다.


한인사회에서 좀 더 그에게 관심을 갖고 옳은 방향으로 지도를 했다면 그가 마약에 손을 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 끔찍한 범행을 모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요, 한인사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개탄으로 끝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유사한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관련기관은 물론, 청소년 탈선 방지를 위한 한인단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청소년에 대해 세심한 관심이 없으면 2세들의 미래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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