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두려운 영광

2009-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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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목회자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국 교계에서 가장 굵직한 목사 10명으로부터 듣고 정리한 책이 나왔다. 국민일보 공채 1기생으로 입사해 지난 20년 동안 한국 교계의 많은 부분을 보도해 왔던 이태형 기자가 엮어낸 ‘두려운 영광’이다. 처음에는 기자가 그동안 했던 여러 인터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아놓은 것이겠거니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본문을 읽어가면서 그런 편견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한 영혼을 구한다는 일은 참으로 두렵고 떨리는 일이지만 또한 가장 영광스런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자들은 두려운 영광 가운데 서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과연 얼마나 많은 설교자들이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고 있는가?


이 책에서 이재철 목사는 “복음을 미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설교자는 진리를 선포하는 대가로 욕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홍정길 목사는 “무거운 것을 듣기 거부하는 청중들을 향해 듣기 좋고 가벼운 설교만 하는 게 문제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옥한음 목사는 “입만 살아있는 교회들이 너무나도 많다. 홍수 때 마실 물이 없는 것과 같이 설교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을 전해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점을 통회한다”고 고백했다. 저자 이태형 기자를 만나 집필 의도를 직접 들어보니 그가 전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한국 교회의 본질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세상은 한국 교회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을 합니다. 크리스천에게 가슴 아픈 소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로 요약됩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의 본질’입니다. 지난 시절 한국의 기독교는 부흥을 갈망하며 수많은 방법론을 써 보았습니다. 그러나 갈망했던 부흥은 오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대안입니까? 역설적으로 ‘본질의 목회’만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강단의 위기’니, ‘복음을 장사하는 장사꾼들’이니 하는 말들은 이제 그렇게 자극적인 말도 아니다. 교회가 흔들리고 세상이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이런 저런 말들을 하는 것은 모두 ‘교회가 교회로서의 본질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많은 목사들이 자신의 설교는 그래도 좋은 설교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어느 목사가 매일 바가지를 긁어대는 사모를 향해 “아니 당신은 매주일 내 설교를 들으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변하지 않는가”라고 탄식하자 “당신 설교를 듣지 않은 지 벌써 오래되었다”고 반박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설교자들은 쉽게 자기 설교에 도취되는 경향이 있다. 말씀을 듣고도 변화되지 않는 것은 성도들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미와 기교만을 강조하고 소재도 듣기 좋은 복, 긍정적인 삶 등을 주로 다루다 보니 강단이 하나님의 두려운 영광보다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시대의 설교자들이 꼭 자문해야 할 질문이 있다. 그것은 “당신은 과연 하나님의 두려운 영광 가운데 말씀을 대언하고 있습니까?”라는 것이다.

백승환
(목사·예찬출판기획)

www.yecha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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