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에서 멀어지는 한인들

2009-0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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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해 (브루클린)

하루가 멀다 하고 다량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책을 선택해서 구매하는 독자들의 책방 행렬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해를 거듭할수록 손님이 줄고 있어요. 지금 같은 수입으로는 인건비 건지기도 요원합니다.” 책방 주인의 어두운 표정에서 독서계의 암울한 현실이 묻어난다. 그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책방을 이용하는 독서인구가 많았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고작 강산이 한번 변한 작금의 ‘책방 위기론’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성급한 추론이지만, 현대인들의 게으름과 알라딘의 램프인 인터넷 때문일 것이다. 한국어 서적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퀸즈 지역 내 J 도서관 사서에 의하면 2007년 12월 말 현재 월 평균 도서대출 건수는 0.8권으로 수년 전 보다 거의 3분의 2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디오와 DVD의 대출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젠가 식당에서 ‘일 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읽느냐?’고 물었더니 빈정거림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이 양반아! 지금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얼어 죽을 책 읽기인가. 차라리 그 시간에 골프나 치지.” 비디오 등 영상물과 골프 내기, 또는 유흥 등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놀이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면서도, 어쩌다 책방에 들러 책을 만지작거리다 가격표를 보고는 마치 불에 데인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빈손으로 책방을 나선다.

미국인은 한 해 동안 1인당 평균 4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일본인도 4권, 프랑스와 독일인 등 유럽인은 4권 반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평균 0.8권 뿐이다. 일일 연속극과 무한도전 등에 대해서는 숨소리 하나 빠짐없이 줄줄이 꽤 차고 있으면서도, 귀염둥이 딸아이가 “아빠, 학교 선생님이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써 오랬어요.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뭐하는 거예요?”묻자 “뭐긴? 네 꼬라지를 알라고 씨부린 영감탱이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린 아이의 부모다. 해도 너무 하지 않은가. 독서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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