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갈등을 회복과 부흥의 불씨로

2009-0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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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지만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불황보다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이 있다면 남가주 곳곳에서 들려오는 교회 갈등과 분쟁의 이야기들입니다. 이러한 갈등이나 분쟁이 일어날 때 많은 신자들이 교회에 대해 실망과 회의를 품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는 비판자가 되었다가 그 다음 날에는 무관심한 냉소주의자가 되어 불행하고 힘겨운 교회생활을 해나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이 지상 교회에는 갈등이 존재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부름을 받아 모여든 지역 교회의 교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완벽한 인격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품들로 변화되는 중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성훈련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영적 미숙함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둘째, 교회의 갈등이나 분쟁이 그 교회 구성원들의 영적 미숙함이나 실수, 심지어 죄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도 하나님께서는 갈등의 어려움을 통하여 그의 자녀들을 훈련하시며 궁극적인 선을 이루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갈등과 분쟁의 한복판에서라도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분의 손길을 겸손하게 기다리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의 섭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왜 교회 내 갈등이 종종 사회 다른 조직이나 단체들이 경험하는 갈등보다 훨씬 강렬하고 파괴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집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교회 갈등이 나타날 때 자신의 믿음과 자기 의를 기준으로 판단해서 상대방의 동기를 신앙적으로 불순하게 생각하고 쉽게 정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 갈등이 심화되면 자기만 성경의 진리를 파수하는 입장에 서 있고 상대방은 비성경적이고 악한 사단의 하수인이라고 쉽게 단정해버립니다.

물론 교회 갈등에는 양보할 수 없는 진리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소한 의견차와 감정대립이 진리 문제로 확대되고, 그것이 교회 전체의 문제로 증폭되는 형태를 보입니다. 이러한 교회 갈등에는 흑백논리가 강하게 작용해 서로의 차이를 극대화시켜서 양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게 만들며 타협이나 화해를 불가능한 결과를 야기합니다.

그 결과, 교회 갈등은 ‘이기느냐 지느냐’라는 두 가지 선택만 남게 됩니다. 이긴 쪽은 하나님이 자신들 편이고 믿음으로 승리했다고 자부하게 되고, 진 쪽은 분노에 가득 차 뒤로 물러나 있든지 격앙된 감정을 품고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그 결과 사회는 교회를 보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싸움만 일삼는 속 좁은 사람들이고 입으로만 사랑과 긍휼과 용서를 외치는 위선자라고 낙인찍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 내 크고 작은 갈등이나 분쟁은 필연적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 따라 그리스도의 이름이 높임을 받기도 하고 욕을 당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모두는 주님께서 부르신 존귀한 자들이며 장차 그분의 나라를 함께 상속받을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분쟁의 아픈 도구를 통하여 이 땅의 교회를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구속을 의심치 않을 때 갈등은 오히려 부흥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마다 사랑과 용서와 회개를 통하여 영적 회복이 이루어질 때 이 땅의 침체된 경제에도 회복의 빛이 비추어질 것입니다.

박혜성
(아주사퍼시픽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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