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2009-01-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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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 논설위원)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하늘이 내린 관계다. 하늘이 내렸다 함은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신비한 힘과 피의 연결을 말한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전적 부모에 의해서다. 부모가 사랑을 하여 태어나는 신비의 결정체가 곧 자식이다. 부모는 자식을 낳은 작은 창조자가 된다. 새로운 생명을 이 땅에 태어나게 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기를 낳는 그 순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가진 부모는 자식을 부양하고 올바로 키워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그 의무란 인간이 인간에게 부여해준 의무가 아니다. 하늘이 부모에게 내린 의무이다. 왜냐하면 신비로운 생명의 태어남은 하늘이 내린 축복중의 축복으로 그 축복을 축복되게 하기위해서는 부모가 자식을 잘 키워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으앙’하고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비밀스런 자궁 속에서 약 10개월을 자라다 세상에 태어나 첫 고성을 지른다. 울음 같은 아기의 소리는 한 생명으로 세상에 태어난 신고식과 같은 것이다. 아기란, 즉 생명의 태어남은 하늘이 부모에게 내려준 아름다운 신비의 선물이다. 그보다 더 귀하고 값진 선물은 이 세상엔 없는 것 같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전적 수동의 형태로 부모의 보호아래 자라게 된다. 그 기간이 적게 잡아도 20여년은 걸린다.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가 의무적으로 교육을 시켜 올바른 인간이 되게끔 이끌어주어야 하기에 그렇다. 올바른 인간이란 개념 안에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도 포함 되어 있다.

이렇듯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는 혈연의 이어짐의 관계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적 부모의
능력 아래에서 자식은 홀로 설 수 있는 한 인간으로 키워지고 다듬어 져서 독립하게 된다. 독립하여 홀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자식들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그 결혼은 또 다른 혈연의 이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신비스런 탄생을 예고해 준다. 자식들이 자라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 나가게 하는 뒷받침은 그 어느 것보다도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에 보내어 더 좋은 교육을 시키려하는 것도 부모의 능력과 영향권 안에서 이루어진다. 부모의 능력과 영향권이란 부모가 재물을 많이 갖고 있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재산이 많지 않은 부모라 하여도, 그 부모의 지혜가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내기도 한다.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 일찌감치 좋은 학군의 자리로 이사를 하여 그 곳에서 자녀를 키워 명문대학에 들여보내는 부모도 많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서 세 번 이사를 했다하는 ‘삼천지교’도 마다하지 않을 그런 부모가 지혜로운 부모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냥 그의 노력만으로 대통령이 된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뒤에는 그에게 희망과 용기와 꿈을 갖게 해준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었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가는 곳마다 그에게 최고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해 주었다. 그는 흑인이라 하여도 백인 학생들과 똑 같은 교육을 받고 자라 컬럼비아와 하버드를 나와 세기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일 때 부모는 자식들을 가장 지혜롭게 선도해야 한다. 인간발달 과정에서 가장 예민하고 튀는 시기가 사춘기이다. 이 때, 자식이 잘못되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이때엔, 자식을 과잉보호하는 것도 안 좋지만 너무 풀어놓는 것도 좋지 않다.

사춘기를 잘 지나 대학을 나오고 취직을 하거나 사업을 하여 자식이 성공하면 부모로서의 의무는 일단 멈추는 듯하다. 그러나 그 자식이 결혼하여 손자를 낳으면 부모는 의무가 아니라 기쁨으로 그 손자들을 봐주게 된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이렇듯 끝이 없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의무는 즐거움으로 변한다. 90이 된 노모가 70이 된 아들에게 “길 갈 때 조심해라”라고 한다. 부모의 심정이다. 부모에겐 자식을 잘 키우고 성공시킬 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식들에게 효도 받을 권리도 있다. 자식들은 이 점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하긴, 자식이 잘되어 성공하면 그 자체가 효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는 하늘이 맺어 준 관계다. 피의 이어짐과 가문의 이어짐의 관계다.

부모의 사랑이 만들어낸 신비스런 관계다. 훌륭히 자란 자식만큼 부모에게 더 큰 선물을 주는 자는 없다. 자식 농사가 가장 값지고 귀한 농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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