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장인간의 가짜 판

2009-01-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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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정 (뉴저지)

광복 후 한국의 시골 장에는 장돌배기 약장수가 돌아다녔다. 아코디언이나 바이얼린 같은 악기로 간단히 연주한 후 게걸스런 잡담을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순간을 포착하여 약장수가 만병통치(?) 약이나 가짜상품을 돌리면서 싸게 판다고 풍을 떨면 여기저기서 돈을 꺼낸다. 가짜 약을 먹고 혼이 난후 항의하고 반품환전을 요구해도 그들이 시치미를 떼면 그만이었다. 경찰관도 되레 “왜 샀느냐”고 하며 나무랐다. 이래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큼 잘 지껄여대는 떠벌이에게 ‘약장수’란 별명이 붙여졌다. 약장수의 언변이 변호사보다 더 세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은 가짜건, 위조건, 위장이건, 위선에 거의 무감각한 것이 상식화 되어버렸다.

마치 취한들의 주정 정도나 골초들의 뿜어대는 담배연기 정도로 이골이 나있다. 그것이 ‘가짜’ 불감증이 아니겠는가?인격(Personality)이란 어원은 라틴어의 페르소나(persona)에서 나왔는데 고대 희랍의 로마에서
배우가 연극을 할 때 쓰던 가면(탈)을 말하는 데서 왔다. 가짜, 위조, 위장, 위선도 결국 같은 유전자의 인격으로 DNA가 같다고 봐야 할까? 예수에게 가장 못되게 굴던 사람이 바로 ‘외식하는 자’ ‘위선자’들이었다.
예수도 그들을 반격하여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질타하며 “그들의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의 하는 행위(위선)는 본받지 말라”고 무리에게 신신당부하였다(마태24장).

그 메시지는 지금 어디 갔는가?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국내의 치부가 해외까지 표출되고 있으니 모름지기 가짜, 위조, 위장, 위선자들을 규탄하며 마음에서부터 추방할 차례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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