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우르르~까꿍!

2009-0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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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당황 않고 울음소리만으로도 아기의 필요를 알아차려 채워준다. 엄마의 부드러운 사랑의 터치를 공급받은 아가는 세상이 다 제 것인양 만족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 고마워요’라고 미소 짓는 아기의 표정 언어에 ‘넌, 엄마의 기쁨이란다’라고 소리 없지만 가장 강력한 무언의 대답이 피어난다. 그것을 우린 ‘미소’라고 부른다. 엄마와 아가가 마주보고 서로 미소 짓는 것만큼 평화롭고 사랑스런 모습이 또 있을까?

여섯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고가는 미소의 대화 때문일까?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이를 여섯 낳아서 그렇다”고 신나게 답한다. 타고난 낙천성도 있지만 늘 백만달러짜리 미소를 달고 다니는 남편과 살다보니 어느새 나도 잘 웃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질병도 그렇지만, 기쁨과 사랑도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다. ‘웃음과 긍정은 유효기간이 없는 최고의 약’이라는 말도 있다. 웃다보면 근심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웃음이라는 말의 어원을 찾다가 이미 4세기 그 옛날에도 웃는 것이 양약임을 증명한 글을 만나 놀랐다. 4세기 의사 밀레투스가 쓴 ‘인간의 특성’이라는 의학 서적에 “웃음은 그리스어로 hele인데(헬렐) 그 의미는 건강(health)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대인들이 웃음을 건강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참으로 경이롭다. 현대의학이 웃음의 생리적 효과를 규명하며 ‘웃음 치료법’을 개발했지만, 창세 전에 웃음, 행복이 있었음을 성경 창세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사람이 웃으면 꽃보다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 활짝 웃는 얼굴은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바로 따라 웃게 만드는 파워가 있다. 공주를 웃겨 결혼에 성공한 청년,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물바가지에 수양버들 한 잎을 띄워 건네던 옛 처녀, 미소 하나로 오고가는 세대를 설레게 한 모나리자…. 많은 이야기에 웃음은 상대를 사로잡는 묘약으로 등장한다.

웃을 때 자연 진통제인 엔돌핀이 생성되고, 전 신체기관의 긴장을 완화시켜 스트레스와 분노를 날려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약이 있을까? 더구나 3~4분의 웃음은 맥박을 배로 증가시켜 혈액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에 암환자의 통증을 사라지게 한다고 한다. 또 쾌활하게 웃으면 우리 몸속의 650개 근육 중 231개의 근육이 움직이고, 얼굴 근육은 15개가 움직여 운동까지 겸하게 된다니 돈도 안 드는 웃음을 아끼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고민 없는 사람이 없고, 문제 없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앞에 두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들을 괴롭히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걱정이 있는 한 웃을 수 없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질병은 깊어간다.

유머 감각을 계발하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는 것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내가 매일 하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요즘 극심한 불경기로 인상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겉으로는 웃는다 해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웃음은 세상을 웃게 하는 힘이 없다. 진정한 웃음은 마음의 평강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두 손으로 입을 가려도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오는 함박웃음은 천하장사도 막을 수 없는 천국 언어다.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직한 얼굴 언어다. 그 진솔하고 순수한 미소를 내 것으로 만든다면 세상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거울을 쳐다본다. ‘우르르~까꿍!’ 눈물이 마르지 않은 아기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천국언어를 스스로 외쳐보며 오늘도 먼저 웃기를 시작한다.

정한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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