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적 가치를 활용해야

2009-01-30 (금)
크게 작게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변화를 추구한 미국의 역사는 바뀌었다.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적 가치의 재발견이었다. 군사, 외교, 경제력등이 국가경쟁력의 중요변수라면 세계의 리더국가로서 가장 발달된 민주주의제도와 경제원리에 기반한 미국적 가치는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연두교서에서 국방, 경제에서의 하드 파워와 외교, 문화에서의 소프트 파워로 구성된 오바마 정부의 스마트 외교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서 외교분야의 로드맵을 작성한 죠세프 나이 교수의 정치이념을 도입한 것이다. 국제정치 분야에서 소프트 파워 개념을 주창하고 클린턴 정부에서도 국무성 차관보를 지낸 죠세프 나이 전 케네디 스쿨 원장은 오바마정부의 태동과 함께 외교분야에 핵심역할을 했다.


힘의 논리에서 보면 미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 그럼에도 그 힘을 행사하는 원동력은 미국적 가치의 실현과정이 되어 왔다. 이는 일찍이 국가의 근본 골격으로서 미국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1,2 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을뿐 아니라 동서 이데올로기의 대치점속에서도 더욱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번영하여 공산주의를 초월한 전세계적 가치가 되었다.
진정한 미국적 가치가 배제된 힘은 제국주의적 성향이 짙다. 전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리더십은 부시정부의 독선과 오만으로 인해 한때 망가뜨려졌다. 더욱이 유엔의 승인과 기능마저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켜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받으며 고립된 미국의 쇄락은 너무도 당연했다.

만일 부시정부와 같은 외교노선이 지속된다면 전세계는 미국에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다. 힘위에 군림하려는 미국적 가치는 전세계를 진정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적 가치 실현에 오바마가 성공한다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전세계 안보를 책임지는 최대의 국방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의 덕목으로는 탁월한 국정수행능력과 국가위기 관리능력과 함께 국가의 미래비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들이 존경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오바마는 4가지 부문에서 일단 가능성을 갖고 출발했다. 적절한 인재등용과 중용,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와 테러전의 마무리를 통한 국가위기 관리 그리고 미국적 가치의 재발견이라
는 미래비젼과 90%의 지지율로 출발한 전폭적인 지지는 오바마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적 가치를 어떻게 아시아에 심을 것인가가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른 동아시아 정책의 새로운 화두이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독자적인 행보로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미국이 다시금 미국적 가치로 부활할 수 있는 여건은 무엇인가. 오바마정부의 전반적인 아시아 정책을 분석해 보면 중국의 성장과 역할을 인정하여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 러시아와는 새로운 외교관계 수립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더욱이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으로 미일동맹의 강화는 물론 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전략기지로서의 일본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일본통인 커트 켐벨을 아태담당 차관보에 국제정치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죠세프 나이 교수를 주일대사로 내정한 것을 보면 오마바 정부가 얼마나 미일동맹에 의존하는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죠세프 나이 교수와 아미티지 전 국방부 차관보가 작성한 “미일동맹 2020”을 분석해 보면 미국이 일본과의 전략적 관계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는지를 알 수 있다. 힐러리 국무장관도 미 상원 청문회에서 미일 동맹은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초석임을 주지했다.

한반도 문제는 북핵해결에 우선순위를 둘뿐 여전히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부상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설령 북핵이 원만히 해결되어 한반도에 안정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된다 해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근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한미동맹 회복의 형식적인 언급만으로는 한미관계발전에 따른 외교적 성과는 절대 낙관할 수 없다. 오바마가 지향하는 미국적 가치의 키워드를 잘 이용하여 동북아의 중심으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는 것은 바로 한반도의 몫인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