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교회 안의 유교사상

2009-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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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관 (취재 1부 기자 )
뉴욕·뉴저지에 있는 적지 않은 한인교회마다 목사와 성도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일부 한인교회에서는 목회 방향을 놓고 목사와 신도들 사이에 벌어진 견해 차이로 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기자는 특히 이러한 목회 방향에 대한 서로의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의 원인을 한인교회에 팽배한 지나친 유교사상에서 찾고자 한다.
기독교와 유교는 역사적 배경이나 사상적으로는 상반되지만 한인교회에는 유교적 색채가 농후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목회자의 대부분이 유교사상에 익숙한 한인 1세들인데다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으로 연결되는 유교식의 수직적 사고를 적절히 버무린 기독사상은 목사들로 하여금 신도들을 통제하고 그들의 권위를 유지하는데 다분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목사와 견해를 달리하는 성도들은 목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되고 몇 차례 다른 의견이 오
가기라도 하면 어느새 목사 반대편 선봉자로 취급받기도 한다.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공동의회, 제직회, 당회가 별다른 토론조차 없이 만장일치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좋은게 좋은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 속에서 이뤄지는 토론 없는 모든 결정은 종교인들로 구성된 관련단체들의 예산심의 때에도 늘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이런 과정들이 일부교회에서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목사상을 세우고 신도들의 무분별한 목사 떠받들기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가부장적인 권위만을 내세우는 목회자들은 신도들에게 일방적인 사상만을 강요하게 되고 결국 대화 단절로 이어진다. 이는 유교사상에 심취한 목회자와 미국식 개신교 사상이나 수평적 조직구조에 익숙한 한인 1.5·2세들간의 분쟁을 이끌게 된다.

이러한 교회내 분쟁은 신앙공동체로서 한인교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한인교회를 ‘교회’라는 재산을 놓고 다투는 ‘주식회사’와 다름없는 이익집단으로 비쳐지는데 일조한다. 그렇다고 일부 한인교회의 분란의 책임을 한인 목회자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목회자들도 때론 신도들의 요구나 지향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인교회의 유교사상은
목회자보다도 이민생활에서 가족제일주의를 내세운 한인 신도들의 요구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모든 일의 책임은 권한을 행사한 지도자가 지는 법. 주식회사처럼 이익집단으로 변해가는 요즘 이곳 일부 ‘한인교회’의 모습을 거울삼아 목회자와 신도들이 각자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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