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늬만 정치 9단들

2009-01-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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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 오 (우드사이드)

전세계인의 축복과 열광의 환호 속에 버락 오바마는 드디어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오바마는 최근 연설에서 “보수의 미국도, 진보의 미국도 없다. 하나의 미국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듯이 취임사에서도 단결과 화합의 정신으로 미국을 변화시키자고 부르짖었다.그는 우리에겐 평범한 구호인 ‘하면 된다’를 본떠(?) ‘We can do’를 슬로건으로 미국을 더욱 강하고 번창하는 나라로 변화시키겠다는 약속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잽싸게 정권인수팀을 조직하여 매끄럽게 일사천리로 정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아린쥐’와 ‘영어몰입’ 같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깨끗이 매듭지었다. 바로 이어서 그는 조각에 착수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노련한 정치 지도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한때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하고 그의 정적(?)이었던 공화당 매케인 상원의원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힐러리와는 매사를 수시로 만나 상의했다. 앞으로 그의 지도력을 두고 봐야 되겠지만 현재까지는 정치 9단은 몰라도 적어도 8단은 되고도 남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을 생각하면 공연히 화가 나고 저들이 부러워진다. 전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도 골프나 치고 해외여행이나 다니는, 안방에 앉아서 독설이나 퍼붓고 현정권을 비난만 하는, 퇴임하면서도 있는대로 다 거두어가는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오바마 대통령은 일천한 정치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정치 9단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자를 보듬고, 정적을 껴안으며 협조를 구하는 그의 고차원적 행동을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도 보고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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