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의 눈동자

2009-01-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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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희(수필가)

인터넷으로 용산 철거현장에서 화염에 휩쓸린 사람의 사진을 보았다. 처절했다.6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희생자가 늘어날 지 모르는 일이다. 시위대는 새총으로 유리구슬을 쏘아대고 골프공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하게 시위를 했다. 그들은 생존권이 달렸으니 죽기 살기로 했겠지만 그 것이 도화선이 되어 경찰도 더 과잉진
압을 하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늘어났다.이 추운 겨울에 제대로 보상을 못 받고 강제철거를 당하게 된 이들이 얼마나 절박하고 억울했을까? 제삼자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이야기라고 쉽게 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 옛날 산동네에서 부터 철거민들의 사생결투는 이어져 왔었고 영화로도 상영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머리에 흰 띠들을 동여매고 철거반의 곡괭이와 삽에 매달려 뒹굴고,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질질 끌고 가도 안 일어나고 버티는 눈물겨운 모습들.

이번 용산사태는 불과 25시간 만에 경찰이 투입되어 과격하게 무력행사를 했다고 한다. 30여명의 시위대를 진압하느라 컨테이너에다 경찰 특공대 300명이 밀어닥쳤다.일단 대화를 통해 해결해 보려는 노력은 없었을까? 인터넷상에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느라 속전 속결하려했다는 말도 떴다. 사실여부야 어쨋든 책임을 져야 할 거라고도 했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태로 억울하게 총대를 메는 사람도 생긴다. 진실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더라도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이런 참상까지 빚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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