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 돌풍

2009-01-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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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구(목사/탈북난민보호 미주협회장)

제44대 미 대통령에 미국역사에 최초로 아프리칸 아메리칸 버락 오바마가 취임했다. 17일부터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DC에 도착해서 링컨 대통령이 행했던 행차를 그대로 답습하며 입성했다. 18일 낫소 카운티의 ‘Zion Cathedral Church of God’에서 거행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축하 예배에 참석하고 나서 나는 왜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대통령 행차를 재연했는가에 대해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

시온교회에는 낫소 카운티장 톰 수오지와 관계공무원들, 흑인목사들, 다종교지도자들이 참석하였으며,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KAPAC의 이철우 회장이 참석했다. 3시간에 걸친 긴 예배 속에서 느낀 것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오바마 돌풍이 미국에 불기 시작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민족은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바람이다. 오바마 태풍, 쓰나미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돌풍이다. 미국을 살리겠다는 돌풍, 역경을 반드시 이겨나간다는 태풍,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반드시 세계 최강국의 미국을 만들겠다는 각오의 쓰나미였다.


암울했던 1천년의 과거를 거쳐 이제는 당당히 세계 최고의 위대한 나라, 미국을 이끄는 수장의 자리에 아프리카 미국인인 오바마가 오르게 됐다는 희열, 감격, 흥분에 꽉 차 있었다. 흑인들이 유럽에 노예로 팔려가면서 시작된 민족적 비극의 운명은 900년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사람, 믿음의 사람, 기도의 사람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에 의해 종지부를 찍었다. 1863년 1월 1일의 노예해방 선언으로 모든 흑인은 해방을 맞이하여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서는 흑인의 인권, 민권이 여전히 침해를 당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 분연히 일어나 과감히 행동하다가 암살당한 인물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이다. 그는 유명한 ‘I have a Dream’이란 명연설을 마지막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는 죽었으나 그의 연설, 꿈, 소망은 죽지 않고 면면히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조지 부시 대통령 때에는 세계외교의 수장자리에 콜린 파월 장군과 뒤를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가 맥을 이어왔다. 그러더니 2009년 1월 취임
식에는 흑인 출신 오바마가 백악관의 주인이 됨으로써 형언할 수 없는 감격과 성취감, 희열 속에 잠겨있는 것을 역력히 볼 수 있다.

국가의 경제 위기를 똘똘 뭉쳐 우리 손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새 돌풍이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쓰나미다. 주강사인 앤디 로이터 목사의 설교가 내 가슴에 굳게 박힌 못처럼 박혀있다. 그의 표현, 설교내용, 유머감각은 만점이었다. 토마스 수오지 카운티장도 설교를 마친 그에게 기립박수, 환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1929년에 일어났던 미국의 대, 소 사건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10
가지 이상 원고도 보지 않고 말했다. 그 중에 최고의 사건은 다름 아닌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그는 킹 목사의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의 설교, Holly교회 설교내용, 킹 목사의 생활과 업적 등을 소상히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한 첫날 밤 잠자지 않고 링컨의 무덤과 킹 목사의 무덤 중간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길 것이고, 하나님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확실히 받을 것이다. 그들이 암살당하면서 이루어 놓은 업적 때문에 내가 오늘 대통령이 됐다고 신고도 할 것이다.

앤디목사는 또 새로운 미국, 국민 통합으로 이루어 나갈 새 역사 창조를 위해 깊은 영감을 받는다는 상상력의 설교도 하였다. 끝으로 허드슨 강의 기적과 연결하며 마무리 했다. 허드슨 강의 기적을 만든 조종사 슐렌 버거씨는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기수(머리)를 바다에 먼저 안착할 것인가, 머리를 들고 후미를 안착시킬 것인가, 만약 기수를 먼저 안착했다면 155명 모두 익사했을 것이다. 다행히 기수를 들고 후미를 슬라이딩하면서 안착해서 155명 모두 무사히 살아났다. 그는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오늘의 미국이 이런 시대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머리를 땅에 박고 절망, 실망하면 다함께 같이 죽고 만다. 그러나 기죽지 말고, 머리를 들고 천천히 안착하면 미국은 새로운 기적의 장을 분명히 만들어 낸다. 허드슨 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과 징조를 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난국타개에 전심전력하며 서서히 안착하면 우리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위대한 미국을 새롭게 건설하자며 설교를 마쳤다. 온 청중이 열광의 도가니 속에 환희, 기쁨, 소망을 갖게 되었다. 주여. 새로운 대통령과 미국을 축복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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