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의 흐름 속에서

2009-01-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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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시간 속에서 나서 시간 속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어느 시대에 어디에서 사느냐 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느냐, 불행하게 사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느 시기에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보다 넉넉하고 보다 자유로운 데를 찾아가는 것은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을 것이다.주어진 시간을 죽이며 그럭저럭 사는 사람에게도, 하루 24시간을 아쉬워하며 바쁘게 보내는 사람에게도, 길가의 이름 없는 풀처럼 살다 가더라도 부와 명성을 뽑내며 으시대는 사람도 시간의 흐름 속에 살다가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시간에는 반복이 없다. 우리는 단 한번 어느 시기를 살다가 간다. 그래서 ‘시간은 금’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간에 얹혀 가는 우리의 생도 단 한번 주어진 것이다. 할 일 없이 낮잠으로 세월을 보낼 것인지, 바쁘게 공부하고 일하며 보낼 것인지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잉여시간을 주체 못하고 시간에 끌려가는 생활보다는 시간을 앞서 가며 시간을 이용하며 사는 것이 더 보람있는 삶이 아닐까.

차가운 바람이 길거리에 얼어붙고 사람들의 마음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스산함에 떨고 있다. 어떤 이는 후회의 시간을, 어떤 이는 기다림의 안타까운 시간을, 어떤 이는 차가운 바람을 피하는 안도의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현재의 우리의 삶은 과거에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대답이요,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을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 하는 거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바퀴 도는 주기를 1년으로 잡았다. 1년은 365일 하고 6시간 정도의 꼬리가 있다. 1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766시간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평균잡아 70년을 산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613,20 시간인 셈이다.하루 중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고 하루 세끼를 챙겨 먹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드라마 보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며 지내는 시간들을 합하여 4시간을 더 빼면 자신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306,810 시간이 남는다. 이것을 다시 역으로 환산하면 12,784일, 35년 정도를 남과 다르게 산 셈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나는 얼마나 다르게 살았는가? 하는 질문을 좀 더 일찍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이는 보다 보람있는 생을 보낼 것이며, 깨달음을 갖지 못한 이들 보다 엄청나게 다른 삶의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다.우리가 어떤 일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는 시간을 의식하지 못한다.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들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밤, 재깍거리는 시계소리에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매일이 똑같이 반복되고 1년, 2년이 한결같이 느껴져도 순간 순간 새로운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근심하고 걱정하고, 미워하고 다투며 살기에는 이 한 번 주어진 삶의 기회가 아깝지
않은가.

우리를 스쳐가는 모든 인연들이 소중하고 모두 다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도 부족한 시간이다.지난 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날의 희망과 계획을 챙기는 이들에게 시간은 잠시 머물렀다가 영원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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