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스한 겨울이었으면

2009-01-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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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수필가)

요즘은 어디를 가나 모두들 힘이 든다고 말들을 하며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기에 올 겨울은 더욱 더 춥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차가운 겨울이 되면 어린 시절 고향의 따스한 아랫목과 또 고향의 정다운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내 마음은 인정이 철철 넘쳐 흐르던 추억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바쁘고 고달픈 삶을 살다보니 ‘돈, 돈, 돈’하며 돈에만 집착하여 우리 주위의 정 많고 따스한 사람들을 다 잊고 살아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같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갈수록 정답고 따스한 사람들과 더 많이 정을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요즘 모든 경기는 날이 갈수록 침체되고 마치 깊은 바닷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이 허우적거리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무리 어둡고 침침한 삶이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인내와 사랑과 소망을 굳게 지니고 낮에는 해처럼, 밤엔 달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진솔하게 살아간다면 반드시 아름다운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을 나는 믿는다. 비록 춥고 어수선한 때라고 할지라도 단 한사람의 진실한 사랑과 간절한 기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소망을 갖게 할 수 있지만 만약 이렇게 어려운 때 이기적인 생각으로 말 한마디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면 우리들 모두가 꿈을 잃고 어둠 속에서 헤매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만물 중에 가장 고귀한 영혼을 지닌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해야 할 말과 자세를 가지고 인간답게 살
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이고 소중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지금이다.
우리 모두 아무리 세상이 험한 골짜기 같고 어떠한 가시밭길이 우리 앞에 놓인 삶일 지라도 사랑의 미소와 인정의 향기로움을 아낌없이 발휘한다면 슬픈 삶이 기쁨으로, 어둡던 삶이 밝음으로 서서히 바꾸어질 것이다.

나이와는 관계없이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모두 서로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며 인정의 꽃밭에 부지런히 물을 주고 가꾸어 마음까지 추운 이 겨울,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그런 삶을 산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즐거울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는 뉴욕이 더욱 살기 좋은 우리들의 고향이 되며, 겨울에도 정을 듬뿍 나눌 수 있는 이웃, 커뮤니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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